[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8년전 회삿돈 횡령과 배임, 원정도박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장세주
동국제강(001230) 회장이 복귀할 전망입니다. 장 회장의 부재 기간 동안 그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 체제로 운영된 동국제강이었습니다. 장 회장 사내이사 복귀 후 동국제강이 작업중인 동국홀딩스(가칭) 지주사를 두 형제가 맡을 경우 총수 일가 권리는 한층 더 강화될 관측입니다. 이와 반면 소액 투자자들의 권리가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됩니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장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동국제강 오너 3세인 장 회장은 과거 2001년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르며 경영권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5월 대규모 회삿돈 횡령과 원정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이후 그 다음달인 6월 대표이사직을 떠났습니다.
장 회장은 2016년 11월까지 재판을 치렀고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2018년 4월 가석방됐습니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을 제한받아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한 장 회장이었지만,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광복절 사면을 받고 복귀가 가능해졌습니다.
지난 2015년 회사돈을 빼돌려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구속돼 새벽 차량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 회장 '컴백'에 지주사 전환도
아울러 동국제강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 안건을 임시 주총에서 의결합니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동국제강은 내달부터 기존 철강 사업부문을 두 곳으로 분리합니다. 열연 전문 사업체 '동국제강(가칭)'과 냉연 전문 사업체 '동국씨엠(가칭)'이 새로 신설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기존 동국제강은 존속법인으로 지주사 동국홀딩스로 전환될 전망입니다. 분할 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 동국씨엠 31.3%입니다. 동국제강은 최삼영 대표이사 부사장, 동국씨엠은 박상훈 대표이사 전무가 이끌 전망입니다. 신설회사 두 곳은 향후 추가 주총을 개최해 재상장 작업에 들어갑니다. 동국홀딩스는 존속법인으로 상장을 유지됩니다. 이같은 지주사 전환 목적을 동국제강은 신성장 동력 발굴 차원이라 설명합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통상 어떤 산업이라도 기간이 오래될수록 성장은 점차 둔화된다"며 "현재 철강산업 역시 둔화측면에 이르렀고 전반적인 철강산업의 내실은 갖춘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설회사 두 곳은 철강사업을 집중, 지주사는 독립적으로 성장둔화와 탄소중립 등 앞에 닥친 과제를 해쳐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악몽 '오너 리스크' 해소 가능한가
동국제강이 동국홀딩스로 바뀔 경우 수장은 장 회장이 맡고 대표이사 직은 장 부회장이 담당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로써 오너일가 지배력은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중범죄 과오가 있는 장 회장이 앞으로 국내 재벌 기업들이 가진 고질적인 '오너 리스크'를 완전히 떨칠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습니다.
앞서 동국제강이 인적분할 계획을 공시한 지난해 12월9일 주가는 1만3450원에서 이틀날인 12일 1만2150원으로 9.7% 급락했습니다. 통상 기업 분할 방식(물적분할·인적분할) 가운데 시장에서 기업의 인적분할은 호재, 물적분할은 악재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물적이든 인적이든 어떠한 기업분할도 주주들에게 악재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국제강보다 먼저 인적분할을 예고한
대한제강(084010) 역시 지난해 11월24일 발표날부터 주가가 3거래일 연속 떨어졌습니다.
이에 재벌기업이 인적분할을 꼼수로 이용한다는 학습된 주주들의 판단이 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인적분할은 총수일가의 지배권 강화나 승계 추진으로 인식되는 인적분할은 과거 경험으로 보면 투자자들에게 크게 수혜가 없었다"며 "단순 총수일가 지배만 강화된다고 주주들이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중범죄를 범했던 장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동국제강 이사회가 총수일가에 의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면복권을 허용해준 정부책임도 있는데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재벌 경제인을 사면하는 관행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되고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동국제강 사옥 페럼타워 전경, (사진=동국제강)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