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수출…중국 '디플레이션' 충격파 우려

'수출 감소세'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가능성↑
'D의 공포' 커지는 '중국발' 경기침체 우려
"수출 대부분 중간재…중국 리오프닝 효과 없어"
"한·중 무역구조 달라져…교역 품목 분석·발굴해야"

입력 : 2023-08-17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수출 감소세가 11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무역 전선에 또 다른 충격파가 될 전망입니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분야 전략 기조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화)'으로 완화한 만큼, 중국 산업 내 협력 가능 분야에 대한 발굴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관세청이 17일 발표한 '7월 수출입 현황 확정치'를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3억4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감소했습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감소세입니다. 
 
8월 초 1~10일 수출액도 132억1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3% 감소하면서 11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8월 초순 수입액은 162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5% 줄었습니다.
 
지난 6~7월 수입 감소로 '불황형 흑자'를 보이던 무역수지도 8월 초 들어 다시 적자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8월 1일부터 10일까지 관세청이 집계한 무역 적자는 3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장기화의 늪에 빠진 격입니다. 수출 난국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도 변수가 될 조짐입니다.
 
지난 7월 기준 한국의 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1% 감소한 99억달러로 100억달러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14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관세청이 17일 발표한 '7월 수출입 현황(확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3억4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감소했습니다. 자료는 대중국 수출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중국국가통계국 집계를 보면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3% 하락했습니다. 중국 내 소비 위축으로 CPI는 2021년 2월 이후 2년 6개월여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판매는 2.5% 증가에 그쳐 예상치(4.0%)를 크게 밑돌았고 전월 3.1%에 비해 악화됐다"며 "누적 고정자산투자 또한 3.4%로 원만한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하에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인식해 내수를 통해 경기 성장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중국의 소비·부동산이 악화로 현재 디플레이션 초입에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한 상태입니다.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기존 2.65%에서 2.50%로 0.15%포인트 낮췄습니다. 통상 MLF를 내리면 대출우대금리(LPR)도 함께 낮아집니다. 은행은 오는 21일 LPR 금리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위안화 약세 등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주저하던 인민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은 중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전문가들은 중미 패권전쟁의 여파로 수출은 한동안 감소세가 이어질 것을 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의 수출 품목들이 대부분 중간재임을 고려할 때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미국이 탈위험화로 경제 전략 기조를 완화한 만큼, 중국 산업 내 협력 가능 분야에 대한 조언이 나옵니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지역전략팀장은 "한국이 기대하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며 "수출 품목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한 뒤, 중국이 다시 수출하도록 하는 반도체 등 중간재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 상황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중국의 부동산, 기업과 관련된 디폴트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상반기보다 오히려 하반기에 더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경기가 안 좋으니 당연히 우리나라가 중국에 보내는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중미 패권전쟁의 영향으로 현재 수출 감소 등 경제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000년도 무역구조와 2020년도 무역구조를 보면 10대 교역 상품이 많이 달라져 있다. 현재는 교역 구조 전환기"라며 "중국 산업 내 협력 가능한 분야를 분석·발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관세청이 17일 발표한 '7월 수출입 현황(확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3억4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감소했습니다. 사진은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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