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1.5%'로 유지하는 전망치를 내놨지만 '비관론'이 앞서고 있습니다.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로 쏠린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입니다.
특히 물가와 소비 부문에 대한 불안 진단을 내놓고 있어 내수 요인의 부정적 전망까지 가중될 전망입니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과 같은 1.5%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KDI는 지난 5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1.5% 성장을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전망치였던 1.8%보다 0.3%포인트 낮춘 수치입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IMF 등 1.4% 내외로 예측하고 있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다소 보수적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7월 들어서도 여러 지표가 좋지 않았다"며 "중국 수출과 반도체로 한국 경제가 쏠려 있는 구조에서 갑자기 회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상반기의 경제성장률 실적치가 KDI의 기존 전망에 부합했고 하반기에도 기존 전망치와 유사한 속도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부문별로는 소비와 서비스 수출의 증가세가 기존 전망에 미치지 못하겠으나 건설 투자와 상품 수출의 증가세는 기존 전망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민간 소비에 대한 불안 요인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입니다. KDI 측도 민간 소비가 기존 3.0%보다 낮은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외 여행의 회복 속도가 완만한 수준에 그친 점을 반영했습니다.
KDI는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여행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것을 고려해 민간 소비를 직전 2.8%에서 3.0%로 높였지만 이번 전망치는 직전보다 더 낮췄습니다.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에 코로나19 확산세까지 더해지면서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던 소비 지표도 다시 꺾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상품 소비를 반영하는 소매 판매는 지난 4월 전월 대비 2.7% 감소했지만 5월 0.4%, 6월 1.0% 증가해왔습니다.
건설 투자는 부동산 PF 등 건설사 관련 금융 시장 불안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점을 반영해 기존 0.4%보다 높은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설비 투자는 기존 1.1%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총수출은 상품 수출의 증가 폭이 확대에도 서비스 수출의 회복이 지연되는 것에 따라 기존 1.4%와 같은 성장세를 전망했습니다.
천소라 전망총괄은 "상품 수출은 상반기에 자동차를 중심으로 실적치가 기존 전망을 상회했고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 하방 요인과 미국 경제 상방 요인이 유사한 정도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간으로는 기존 전망 0.7%를 상회하는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비스 수출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존 전망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의 상반기 실적치가 높게 나타난 점을 반영해 기존 164억달러 흑자에서 313억달러 흑자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도 기존 전망치인 2.3%와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과 같은 1.5%로 전망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의 모습. (사진=뉴시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향 조정된 국제 유가 등을 반영해 기존 3.4%보다 소폭 높은 3.5%로 전망했습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5%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습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실장은 "최근 국제 유가가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그 부분을 반영했다"며 "전기 요금 동결에 따른 물가 상승률 하락보다 유가의 영향이 더 컸기 때문에 조금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KDI는 최근의 유가 상승을 반영해 두바이유 기준 올해 원유 도입 단가를 지난 5월 배럴당 76달러에서 이번에 81달러로 상향했습니다. 내년 원유 도입단가도 배럴당 68달러에서 76달러로 높였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집계를 보면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7월 중순 배럴당 78~81달러를 오르내리다가 7월말 85달러를 넘었습니다. 이달 7일 기준으로는 87.73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자동차 산업의 호조세로 인해 제조업 고용 실적이 기존 전망을 상회한 점을 반영해 27만명에서 3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실업률도 2.9%에서 2.8%로 소폭 내렸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65세 이상 취업자 증가가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를 사상 처음 넘어서면서 고용 훈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60세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의 취업자 수는 8만7000명 감소한 상황입니다.
천 전망총괄은 "중국의 경기 부진이 심화하거나 글로벌 물가 상승세 확대로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내적으로는 세입 여건 악화 등으로 재정 지출이 계획된 수준을 하회할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 수요가 다소 제약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KDI는 위험 요인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외 주요 기관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을 하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경제전망 당시처럼 1% 초반 정도로 조정할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정규철 실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거나 지금 중국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많이 쓰고 있는데, 그것이 크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우리 성장세도 1.5% 전망보다 큰 폭으로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가장 기초가 되는 시나리오상에서는 1.5%이고 이번 전망의 위험 요인이 불거진다면 1.5%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 1.5%가 1%대 초반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전망 위험 요인이 조금 많이 불거지면 여전히 1% 초반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정부에서는 에너지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내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영업자들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감세를 줄이고 재정 지출을 적극적으로 해서 내수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과 같은 1.5%로 전망했습니다. 자료는 주요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변동.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