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대북 강경 기조를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한미일 군사협력에 방점을 찍음에 따라 대북지원의 청사진이던 '담대한 구상'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따라 한반도 긴장은 한층 고조될 전망입니다.
대북 강경 기조 구체화…'담대한 구상' 폐기 수순
윤 대통령은 16일 보도된 블룸버그 통신 서면 인터뷰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미일 간 별도의 협의에도 열려 있는 입장"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이은 한미일 별도의 협의체 구축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인데, 대통령실은 "NCG가 한미 양국의 협의체일 뿐 3국 간 논의와는 무관하며 이번 정상회담 의제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변함없는 목표"라며 "국제사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3국 공급망에 대한 정보 공유와 함께 조기경보시스템(EWS) 구축 등 구체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북한의 지속적이고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며 북한 정권의 고립과 체제 위기만 심화될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분명한 대북 강경 기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하겠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 경축사의 대부분을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 할애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은 대북 지원에 대한 청사진이 주 내용인데 이번 경축사에서는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축'을 거듭 강조, 사실상 그 구상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앞에서도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구체화할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은 부친의 장례를 마치고 17일 오후 예정대로 출국하는데, 한미일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3국의 안보협력 강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방위 관련 일련의 계획(이니셔티브)들을 발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한미일 정상이 각 지역 책임에 대한 상호 이해의 뜻을 같이하고, 3국 핫라인 구축 등에 합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자는 "3자 간 온전한 안보 프레임워크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 것"이라면서도 "각국이 지역 안보에 대한 책임을 이해하고, (정책 등의) 조율과 탄도 미사일 방어, 기술 등 새로운 영역에서 진전시키는 것은 매우 실질적인 일로 여겨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미일은 북한에 대응한 군사훈련 정례화도 공동성명에 담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상에서 미사일방어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하지만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의 군사훈련 정례화에 반발, 직간접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