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광온(앞줄 오른쪽) 원내대표가 발언 전 이재명(앞줄 가운데) 대표 쪽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대의원제 폐지' 안을 놓고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계 간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당을 쇄신하겠다고 내놓은 혁신안이 애초 목적과 달리 당을 분열하게 하는 '분열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결론 못 낸 혁신안 수용…비명계 "지도부 총사퇴"
민주당은 16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안 관련해 첫 논의를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혁신안은 의총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고 의원 자유 토론 형태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계파 간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며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의총 중간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으로 혁신위 신뢰 문제가 거론됐다. 또 혁신위의 해당행위로 인해 자격이 안 되므로 (이번 의총에서) 다루지 말자는 얘기도 나왔다"며 "내용적으로도 '지금 다룰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1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비명계 설훈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현 지도부를 향해 '총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중진 의원은 혁신위 논란뿐만 아니라 국민이 현재 민주당을 비판적으로 보는 부분, 이 같은 상황에서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비판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친명계 의원은 의총 중간 기자들에게 "찬성하는 의원들은 '박광온 원내대표가 선임되고 첫 번째 쇄신 의총에서 혁신위 하자고 한 것 아니냐. 그래서 한 것이다. 내부에서 임명하면 안 되니 외부에서 하라고 해서 온 것'이라고 했다"며 "또 '그들에게 전권을 주라고 해서 한 것인데 (지금) 어떻게 하라고 하는 얘기냐'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혁신위는 지난 10일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시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인 현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을 '권리당원 70%·국민여론조사 30%'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혁신위는 "대의원제 제도는 현 당 체제 기반을 이루고 있는 만큼 폐지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부인했지만, 사실상 그간 친명계가 원하던 대의원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혁신위 제안 이후부터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한 분위기입니다. 비명계는 혁신위가 친명계 입장만을 그대로 떠받들었다며 이번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혁신위 엉뚱한 길 헤매"…당 차원 논의도 지지부진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 중인 이낙연 전 대표는 광주시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 대해 "가야 할 곳은 가지 않고 엉뚱한 길에서 헤맸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민주당 혁신의 핵심은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 대신해 민심을 모아가야 될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데 거기서 당권 싸움 한다고 무슨 당대표 룰이나 고친다는 식의 내부 논란을 가지고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느냐"며 "이것은 우리 민주당이 가야 될 길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혁신안 발표를 위해 국회 당 대표실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친명계는 혁신안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친명계 장경태 의원은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비율 관련해 이렇게 복잡한 전당대회 룰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후진적 체계다. 지금이 총재 시절도 아니고 국민이 다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 아니겠느냐"며 "그런데 지금 국민은 빼고 당원과 대의원의 표 계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어차피 해야 할 논쟁이고 필요한 논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혁신안 관련해 지도부·당무위원회·중앙위원회 차원의 논의는 아직 착수 전입니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