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가사근로자법'을 시행한지 1년이 지났지만 가사근로자 대부분이 임금·최소 근로시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대다수는 해당 법의 존재조차 모르고 국민연금 가입도 어려워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정부 인증을 받을 경우 직원을 직고용하는 형태로 변경할 수 밖에 없어 비용 부담을 꺼리는 것도 맹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기관은 50곳에 불과해 약 460명의 인력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내 가사노동 종사자는 2019년 15만6000명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0년 14만4000명, 2021년에는 12만1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낮은 임금과 고강도 업무 등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일터를 떠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가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6월 16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도입된 바 있습니다. 이 법에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제'를 도입해 제공기관과 이용자가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서비스 제공기관에 '근로자'로 고용돼 임금·최소 근로시간 등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사근로자법이 도입된 이후 1년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는 극소수입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가사근로자는 11만4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인증기관에 근무하는 가사근로자가 460명인 것을 감안하면 가사근로자법의 보호를 받는 인원은 0.4%에 불과합니다. 가사근로자 절대다수가 해당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증을 받을 경우 사업장은 외부의 이용자들에게도 '공인된 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근로자들이 고정되니 서비스의 질도 향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증기관에 대해서는 사회보험료를 고용부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 부가세가 면제되는 항목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가사근로자법이 도입된지 1년2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의 인증을 받은 기관은 50곳에 불과하며 해당 기관 종사자들은 460여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은 국회 앞에서 시위하는 가사노동자들.(사진=뉴시스)
정작 법 적용 당사자인 가사근로자들은 해당 법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또 가사노동자의 대부분이 50~60대인데, 60대 노동자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이 되지 않아 법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송미령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은 "가사근로자를 위한 법이 생겼는데 아직까지 당사자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법이 시행된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인증기관은 50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법이 더디게 정착되는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현장의 소리를 더 들어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사근로자들을 보면 50대 중반에서 60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60대인 분들은 국민연금 가입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보니 (법 효력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존에는 가사서비스 알선 형태로 서비스를 매칭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을 해왔다면 정부 인증을 받을 경우 직원을 직고용하는 형태로 변경해야 한다"며 "이때 발생하는 부대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 인증을 주저하는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사근로자법은 제도적인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법을 통해 보호하려는 취지"라며 "현장 가사근로자들이 이 법을 잘 모르고 활용을 잘 못한다면 법의 의미는 반감이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해당 부처인 고용부가 가사노동 관련 노동조합, 협회 등과 협조하면서 홍보를 하고 법에 의한 보호 효과, 활용 방안 등을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가사근로자법이 도입된지 1년2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의 인증을 받은 기관은 50곳에 불과하며 해당 기관 종사자들은 460여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가사랑' 홈페이지.(사진=고용노동부)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