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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영풍제지(006740)가
대양금속(009190) 사금고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인수 직후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300억원을 대출 받았고, 이어 영풍제지로부터 90억원까지 차입한 상태다. 특히 대양금속은 올해 상반기 기준 영풍제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크게 불어나자 차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풍제지는 대규모 투자까지 앞둔 상황에서 대양금속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양금속 본사 전경(사진=대양금속)
대양금속 사금고 전락한 영풍제지…주식 담보 대출에 차입금까지
먼저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인수 당시 발행한 전환사채를 영풍제지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떠넘겨 영풍제지 돈으로 영풍제지를 인수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어 대양금속이 보유한 영풍제지 지분을 담보로 자금 조달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영풍제지를 이자지급 보증인으로 세워 영풍제지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양금속은 지난 5월 보유한 영풍제지 지분을 담보로 총 300억원을 조달했다. 자금 조달의 목적은 운영 자금 및 차입금 대환 대출이다. 대양금속은 대구은행에 영풍제지 주식 832만5천주를 담보로 200억원을 조달했고, 166만6667주를 담보로 농협은행으로부터 1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어 지난 6월29일에는 영풍제지 주식 200만주를 담보로 골드스퀘어제일차 주식회사로부터 120억원의 장기 차입금을 조달 받았다.
아울러 영풍제지는 골드스퀘어제일차 주식회사에 대해 대양금속의 이자 및 연체이자에 대한 이자지급보증약정을 제공했다. 이자 지급 보증 액수는 14억3천만원이다. 영풍제지는 이자 지급 보증 과정에서 대양금속의 유형자산과 예금을 담보로 제공받았다고 설명해 또 다른 금전 관계로 엮이게 된 점을 확인시켰다.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한 의도가 자금 조달원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IB토마토>의 질문에 영풍제지 측은 "대양금속과 영풍제지의 생산 공정이 유사한 측면이 있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돼 인수가 성사됐다"라며 영풍제지의 사금고화에 대한 의심을 부인했다.
현금 늘자 바로 대여금 빼내…대규모 투자 앞둔 영풍제지 '빨간불'
대양금속은 또 지난 8월 영풍제지로부터 90억원의 자금을 차입해 다시 금전 관계를 맺었다. 대양금속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보유한
앤디포스(238090)가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에 대해 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자율은 6.5%로 7주간 초단기 차입금이다.
영풍제지는 현재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549억원까지 늘었던 영풍제지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대양금속이 인수한 직후 전환사채 인수 등으로 101억원까지 줄었지만, 상반기에 대양금속이 이를 다시 상환하며 335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그러나 다시 대양금속에 대한 대여금으로 90억원이 일시적으로 빠지게 된 모양새다.
대여기간이 짧지만 90억원의 금액은 영풍제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영풍제지가 영풍팩키지를 인수하면서 생산 수직계열화 구축 중이라 자금 지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영풍제지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26.9%에 달하는 큰 금액을 대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동시에 영풍제지는 올해 상반기부터 기업 전략을 전환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영풍제지는 골판지 제조사 영풍팩키지를 150억원에 인수해 생산 수직계열화 작업에 착수했고, 자사의 노후 설비도 교체한다. 영풍제지는 자사의 설비 투자 확대 및 영풍팩키지에 대한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동종업계의 사례를 반영한다면 각각 최소 3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에 드는 재원은 차입금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영풍제지가 영업 확대 전략없이 소극적인 사업 운영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은 투자 규모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부터 영풍제지는 차입금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영풍제지는 지난해 단기 차입금이 전혀 없었지만 올해 단기 차입금 20억원을 조달했고 장기차입금도 올해 상반기 95억원을 들여왔다.
차입금 증가에 따라 부채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영풍제지의 부채비율은 49.2%였지만, 상반기 60.5%로 늘었다. 총 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24.2%에서 29.4%로 늘어났다. 영풍제지는 아직까지 안정적인 부채 비율을 가지고 있지만, 제지 산업이 대규모 비용이 수반되는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될 공산이 크다. 영풍제지는 앞으로 사업 기조를 틀어 공격적 영업 전략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제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양금속이 전환사채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조기상환 청구가 들어와서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금전 대여를 결정한 것이 맞다"라며 "해당 자금은 이르면 8월 말에서 9월 초에 상환 받을 예정"이라 전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