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검찰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하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지만,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미진한 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입'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열릴 재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유의미한 진술을 검찰은 기대하고 있는데 이 전 부지사가 그간 오락가락했던 진술번복에다가 최근 김성태 전 회장의 법정 진술을 전면 부정하고 있어 검찰의 의혹 규명은 녹록치 않을 전망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3자뇌물혐의 적용…'부정청탁' 입증 관건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통보했으나 일정을 이유로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올 초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성남FC 및 대장동 의혹 때부터 이 대표를 '윗선'으로 보고 연결고리 찾기에 혈안이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줄곧 의혹을 부인했던 이화영 전 부지사가 조사과정에서 쌍방울 방북 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하자마자 속도전을 시작합니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이재명 대북송금 관련 의혹에 적용한 것은 제3자 뇌물혐의 입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추진하는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8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내용입니다.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는 원래 경기도가 내야했던 비용입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대납하는 과정에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보고 '제3자 뇌물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수원지검 . (사진=뉴시스)
'법적증언' 기대하는 검찰, 이화영 진술 번복으로 불리한 진술 할 수도
실제 최근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제3자뇌물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고, 소환 통보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미 한차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소환한만큼 대북송금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검찰은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 '법정증언'을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확인한 뒤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변호인 해임 문제로 공전하자 이 대표를 바로 조사하기로 한 겁니다.
일단 이 대표가 30일 소환을 거절한 만큼 대북송금과 관련한 출석은 9월 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검찰은 29일 열릴 이화영 전 지사의 공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날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내놓을 진술에 따라 이 대표의 혐의 내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재판이 정상화 돼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면 이 대표의 관여 혐의를 입증할 주요 정황 증거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가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알고있었다는 취지로 줄곧 진술해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까지 확보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최근 접견 변호사를 통해 "김성태 전 회장의 법정 진술은 허구"라며 "향후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의 진술을 깨기 위한 법정 다툼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혀 검찰의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도 큽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