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변수가 현실로…배터리 지형 바뀐다

CATL 허풍이라지만…10분에 300km만 돼도 게임체인저
업계 “급속 충전 시 발화 확률 높아져, 안전성 의문”
니켈 안쓰는 LFP…니켈에 집중된 국산 배터리 밸류체인
“모 아니면 도, 벼랑 끝 경쟁 피해야”

입력 : 2023-08-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중국의 초고속 충전 LFP(리튬인산철)배터리가 국산 배터리(NCM, 니켈코발트망간)에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CATL '선싱'은 아직 시제품이 나오지 않아 국내 업계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어느정도 기술적 발전은 있었을 거라 짐작하는 분위기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사이에서 LFP가 대세화 되는 흐름도 있어 NCM 투자에 쏠린 국산 밸류체인의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28일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의 기술력이 좋고 세계 1위지만 실증이 과연 어느정도 됐는가에 대해 의문”이라며 “시장에 제품이 공개되지 않아 판단하긴 어렵지만 무엇보다 안전성이 걱정된다. 충전속도는 화재와 직결되는 요소다. 그렇게 빠르게 충전한다면 안전성이 떨어질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 갤럭시폰도 배터리 폭발 이슈가 있은 이후 15~25와트 수준 저속도(충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 폰메이커는 어마어마한 출력을 홍보하는데 화재사고가 생겨도 언론통제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라고 예를 들었습니다.
 
다만 LFP는 과학적으로 NCM보다 화재 위험이 덜합니다. 급속충전에 따른 안전성 부담이 있다고 해도 가격경쟁력을 더하면 NCM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앞서 CATL은 신규 LFP배터리 선싱을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 '4C 배터리'라고 설명했습니다. 1C는 1시간에 완충할 수 있는 전력 단위입니다. 4C는 1C보다 1시간에 4배 더 많이 충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10분 충전에 400km, 15분 완충에 700km 주행이란 성능이 발표됐습니다.
 
본래 LFP는 NCM보다 급속충전에 불리한 구조입니다. 1C를 넘기면 배터리 발화가 일어날 것이란 게 일반론이라 4C는 파장이 큽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CATL 발표가 과장이라도 기존 배터리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며 “10분에 300km만 돼도 현존 최고 속도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 3사도 국내외 완성차 고객들의 주문에 따라 LFP를 개발 중이거나 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LFP 시장 비중이 커질 것은 불가피합니다. 국내 산업 밸류체인이 NCM에 많이 들어가는 니켈 확보에 치중하고 있어 LFP로 중심이 기우는 것은 부정적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니켈코발트 제련기업 QPM에 지분투자하고 삼성SDI도 QPM과 니켈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 중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은 니켈을 가공한 전구체 생산시설을 중국 내 보유 중이며 그룹 계열사와 포항에도 신규 투자를 할 예정입니다. 에코프로비엠도 중국기업과 합작해 전구체 증설 투자를 합니다. 또 베트남 니켈 광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블랙스톤에 지분투자를 했습니다. 엘앤에프는 LS MnM과 새만금 단지에 6~8만톤 규모 전구체 생산설비를 만들 계획입니다. LS MnM 자회사 토리컴이 니켈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LG화학도 기존 전구체 시설 외에 고려아연과 황산니켈 및 전구체 합작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LFP와 경쟁해온 NCM은 니켈 90% 이상 비중의 하이니켈배터리가 필두였던 만큼 쏠림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LFP의 경우 중국 내 매장량이 풍족한 철 비중이 높은 것도 우리에겐 불리한 요소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배터리 수혜로 인식되는 IRA 규제도 핵심광물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준에서 철과 인은 빠진다”며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 NCM 외에도 선택지를 늘려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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