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약 2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등판이 유력해지면서 차기 칩인 ‘엑시노스2400’의 성공적인 부활이 삼성 시스템 반도체 설계력은 물론 갤럭시S24 시리즈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할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2400’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2011년 출시한 모바일AP 브랜드로, 스마트폰에서 빠른 연산속도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같은 응용처에서 인물과 사물의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사용자 경험을 지원, 스마트폰에서 두뇌역할을 하는 칩으로 불립니다. 이번 엑시노스2400은 올해 출시가 점쳐졌던 엑시노스2300이 끝내 출시되지 않으면서 2년 만에 부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스마트폰 사업부 사이에서 유기적인 역할을 합니다. 시스템LSI에서 엑시노스 설계를 담당하고 이를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생산해 MX사업부가 최종적으로 칩을 공급받아 갤럭시S시리즈에 탑재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된 엑시노스2200에서 발생한 수율과 발열 등을 해결하는 것이 시스템 반도체 설계력과 초미세공정 생산능력을 입증하는 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갤S23·Z폴드5세대 퀄컴 칩 전량 탑재로 가격협상력 잃은 삼성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담당 MX사업부는 프리미엄 갤럭시S 시리즈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양분해 탑재해왔습니다. 미국·중국에 출시하는 갤럭시S 시리즈 AP는 스냅드래곤을, 한국·유럽 등에는 엑시노스를 장착하는 식으로 스마트폰 전략을 갖고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출시한 엑시노스2200에서 성능과 발열에 문제가 생기면서 갤럭시S23 시리즈와 갤럭시Z폴드5세대는 전량 퀄컴 칩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MX사업부는 가격협상력을 잃었습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퀄컴과 미디어텍 등으로부터 구매한 모바일AP 비용은 5조7457억원에 달했습니다. 작년 상반기(4조4944억원)보다 27.8%(1조2513억원) 늘었습니다. 1년 새 모바일AP 가격이 약 30% 상승한 탓입니다. 특히 갤럭시S23시리즈와 갤럭시Z폴드5세대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 가격은 개당 160달러로 아이폰15 시리즈에 탑재되는 최신칩 ’바이오닉A16‘과 비교해 45%나 비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되는 퀄컴 차기모델인 스냅드래곤8 3세대 가격이 더 비싸질 것이란 전망이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엑시노스2400 부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엑시노스 출시 공백기를 갖는 동안 삼성 내부적으로 설계를 보완하고 4나노 공정의 수율을 최대 8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엑시노스2400은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집니다.
모바일AP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을 목표로 ‘갤럭시 전용 AP’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애플과 구글이 직접 개발해 자사 제품에만 적용하는 ‘바이오닉’과 ‘텐서’처럼 갤럭시 제품에만 탑재하는 AP입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전담하는 MX사업부는 작년 말 ‘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하고 여기에 퀄컴 출신인 최원준 MX개발실장(부사장)을 총괄로 앉혔습니다.
삼성이 엑시노스를 출시하지 않은 기간 글로벌 모바일AP 시장에서 엑시노스 입지는 위축되고 반대로 퀄컴이 삼성의 점유율을 흡수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모바일AP 시장에서 엑시노스 점유율은 4%로 지난해 4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한 5위에 그쳤습니다.
반면, 작년 4분기 19% 시장점유율이었던 퀄컴은 올 1분기 28%로 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순위도 3위에서 2위로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1위는 32% 점유율로 미디어텍이 차지했습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오는 10월 열리는 ‘삼성 테크 데이 2023’에서 ‘엑시노스2400’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 테크 데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로 삼성은 지난해 테크 데이에서 ‘엑시노스2200’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백기를 가지면서 삼성 내부적으로 설계 능력이나 수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작 대비 높은 성능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지원해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출시할 갤럭시S24 울트라 예상 이미지. (사진=미국 IT 전문매체 샘모바일 캡처)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