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기한 단식 돌입…사퇴 일축 '승부수'

대여 공세 방점·당내 사퇴론 잠재우려는 의도
"사퇴론은 침소봉대·…현 체제 압도적 지지"

입력 : 2023-08-31 오후 4:06:08
이재명(왼쪽에서 세 번째) 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며 윤석열정부·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대여 공세에 방점을 찍는 동시에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한 승부수로 분석됩니다. 
 
'거취 압박' 거세지자전격 단식 돌입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오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며 "맨 앞에 서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대표는 단식 중단 전제 조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국정방향을 국민 중심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이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했고,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을 단행하라는 요구도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하기 위해 천막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당분간 국회 내에서 머물면서 개인 일정을 소화할 방침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 일도 안 하고 단식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개인 일정은 소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단식 선언은 개인 사법리스크 수렁에 빠지며 퇴로가 없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됩니다. 이 대표는 최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로부터 당 대표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소환 통보를 받는 등 기나긴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비관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중입니다. 
 
비명(비이재명)계 설훈 의원은 지난 28일 의원 워크숍에서 "심청이가 죽어도 죽은 게 아니고 다시 태어나 왕비가 됐다"며 "이 대표도 체포동의안이 오면 당당하게 영장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이 대표에게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한 겁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퇴론 일축한 이재명…비명계 "뭔 시나리오냐"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우리 당 지도 체제에 대해 다른 입장과 불만을 갖는 경우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침소봉대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도 여전히 민주당 지지자, 당원들은 압도적으로 현 당 지도부 체제를 지지하고 있지 않느냐. 명백한 사실"이라고 사퇴론을 일축했습니다.
 
개인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도 "이 국가 폭력조차도 우리가 견뎌내야 할 과제"라고 규정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더 의지를 굳건히 하고 '반드시 싸워 이긴다'는 투지로 끝내 싸워 이길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결국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민주당과 윤석열정부가 계속 대립하고 있고, 개인의 체포동의안을 놓고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곧 국정감사 시즌인 만큼 이번 선택을 통해 당내 결속 강화를 꾀하는 동시에 정기국회에도 정부여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단식 선언에 당내에서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무슨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 결정이 승부수라는 평가도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비판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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