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정기국회, 이재명 단식에 시선 분산

투쟁 메시지보다 '보온병 논란' 등 가십에만 쏠린 관심
"국민 위한 단식" 읍소에도 대여투쟁 걸림돌로 작용

입력 : 2023-09-05 오후 4:29:17
5일 국회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농성장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애초 기대와 달리 정치권 시선이 농성장으로 분산되면서 이 대표의 단식이 되레 대여 투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여야 협치의 장이 돼야 할 정기국회는 이 대표 단식에 그대로 묻혀버렸습니다.
 
대정부질문 첫날인데정치권 시선은 '단식장'
 
대정부질문 첫날이었던 5일 국회 관심은 본회의장이 아닌 단식 엿새 차를 맞은 이 대표의 농성장으로 쏠렸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국 국민이 승리할 것이기에 지치지 않는다"며 재차 투쟁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 대표의 결연한 뜻에도 단식 방식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2시간만 농성하는 단식 시간을 두고 '출퇴근 단식'이라는 비아냥이 계속 들렸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내는 일반적인 단식과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민주당은 경호상 이유로 나머지 12시간은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반면 여전히 국민의힘은 의구심을 떨치지 않았습니다. 이민찬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는 '웰빙 단식' 그만두고 검찰 조사부터 받으라"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단식농성 6일째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소금을 먹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가 단식 때 사용한 보온병과 티스푼에 든 내용물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여권을 중심으로 물이 아니라 사골국물, 영양 보충 음료 등이 담긴 게 아니냐는 주장이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SNS에 "단식 사흘째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 목소리가 우렁차다"며 "정신력이 대단한 것인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텀블러와 티스푼의 힘인지 모를 일"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보온병에는 온수가 들었고 티스푼으로는 소금을 떠먹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래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민주당은 보온병을 투명한 유리잔으로 교체했습니다.
 
국민은 안 보이고유튜버 싸움터로 전락
 
단식 이후 국회 밖도 싸움터로 변했습니다. 보수 유튜버 등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국회 정문 밖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이재명 구속"을 외치면 민주당 지지 유튜버들이 반박하는 등 매일매일 극심한 진영 정치가 반복됐습니다. 대통령실을 향해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시작한 이번 단식이 오히려 양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매개체로 전락한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당 지지 유튜버들(오른쪽)과 보수 유튜버(왼쪽)들이 서로 욕설을 주고받으며 생중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전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민주당 원로들이 직접 농성장을 찾으며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지만, 오히려 이번 단식이 외연 확장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비명(비이재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지지층들은 굉장히 결집하고 하는데 외연 확장은 일정한 한계가 있지 않은가"라며 "조건이 없는 단식이라 더 난감하다. 결국 탈진해서 쓰러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식이라는 게 원래 목숨을 걸고 하는 게 아닌가. 여러 활동을 병행하면 그만큼 그 진정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단식하지 못할 것이라면 과감하게 중단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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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