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 두세 번을 치를 때 주변에 똑같은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지인들도 지지하는 후보가 여야로 갈려 투닥거리는데 그때마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우리 경제는 알아서 잘 굴러갈 거다. 미국과 중국이 굳건하다면”, “한국 경제는 망가뜨리려고 작정하고 덤비지 않는 한 나빠지기도 힘든 경제구조다”, “정권을 누가 잡든 우리 기업들은 잘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잘할 거니까 그렇게 싸울 필요 없다” 이렇게요. 정부 여당과 구성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는 한 기본은 할 거란 믿음에서 나온 선무당식 전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섣불렀던 그 말을 주워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키를 잡느냐에 따라 나라경제가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절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부 출신은 아니지만, 기자를 하다 보니 국내총생산(GDP) 개념은 자연스럽게 익혔습니다. GDP를 구성하는 요소는 소비(C)와 투자(I), 정부지출(G), 순수출(NX)입니다. 각 부문의 합산액이 증가하면 경제가 성장하는 겁니다. 주로 전년 대비 성장률로 표시됩니다.
소비는 구입한 재화와 서비스의 값어치입니다. 누가 됐든 물건을 많이 사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면 증가합니다. 투자는 주로 기업들이 생산 또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하는 투자와 고정지출을 말합니다.
올해 이 두 항목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위축’일 겁니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 지갑을 닫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상반기 소비지출이 소폭 증가했다는데 작년 증가율에 비하면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순수출은 어떤가요?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 경고등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나마 작년에 부진했던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난 것이 다행입니다.
민간경제가 부진할 때 정부가 나서죠. 지출을 늘려서 경기하강을 떠받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예산이 638.7조원인데 내년엔 656.9조원을 쓰겠다고 합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정부로서도 세수가 풍족해야 돈을 풀겠죠. 실적이 늘어야 법인세를 더 내고, 주택 거래가 늘어야 취득세든 양도세든 낼 것이고, 주가가 올라야 주식 거래가 늘어 세금이 더 걷힐 텐데, 평소보다 세금 더 낼 주체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올해는 예산 대비 50조~60조원이 덜 걷힐 거라 예상한다는군요. 이미 내년에는 예산이 대폭 삭감될 분야가 알려졌고 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꼬였는지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글로벌 금리 인상, 자산시장 위축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끝엔 중국이 나옵니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결정에 따른 효과인 셈이죠.
중국에게서 잃은 것을 미국에서 채워 넣어야 할 텐데 역부족 같습니다. 이젠 오로지 반도체가 살아나갈 학수고대하는 수밖에 없나요?
경제가 이 모양인데 용산과 여의도에선 맨날 공산당 타령입니다. 1980년대 초등학생 시절로 회춘한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