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리니지 시리즈 의존도가 높은
엔씨소프트(036570)가 낮아진 기업가치를 올리려면 '젊은 게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엔씨도 다양한 장르로 신작을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시장에선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위주로 성장해온 이 회사의 도전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0년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엔씨소프트 주가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한때 100만원이던 주가는 9월 현재 25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엔씨 시가총액, 올초 대비로만 반토막
7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2월 초 10조원에 달했던 엔씨 시가 총액은 현재 5조5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올해 6월 30만원이 깨진 이후 25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엔씨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100만원을 넘기기도 했지만, 신작 출시 지연과 흥행 게임 부재 등이 겹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엔씨 내부에선 "팬데믹으로 일어났던 거품이 가라앉은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8년 말 주가는 50만원대 안팎이었습니다.
현재 엔씨의 문제는 주가 하락의 원인이 심상치 않다는 것입니다. 리니지 노후화 등 젊은 브랜드 확보의 요원함이 시장의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엔씨 목표 주가를 기존 44만원에서 35만원으로 낮췄습니다. 연말 국내 출시를 앞둔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 베타 테스트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게 원인입니다.
이 밖에 내년까지 출시될 모바일 게임들이 기존 전문 분야가 아닌 실시간 전략 게임과 캐주얼 장르여서 흥행 여부가 불확실한 점 등도 영향을 줬습니다.
리니지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엔씨 영업이익은 3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 줄었습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은 1분기 3308억원에서 2분기 2969억원으로 줄었는데요. 이 기간 리니지M 매출이 1301억원에서 1278억원, 리니지W가 1226억원에서 1028억원, 리니지2M이 731억원에서 620억원으로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젊은 신작' 확보 시급
학계에선 엔씨가 매출 의존이 높은 리니지를 다시 젊은 게임으로 만들고, 신세대에게 사랑받는 신작을 다수 확보해야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데는 기술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기술을 사업화 하는 게 중요하다"며 "엔씨가 의존하는 리니지는 게이머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데, 예전 할리 데이비슨이 마초의 상징에서 할아버지 오토바이로 변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예"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엔씨는 게임과 인공지능(AI)에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지만, 문제는 비즈니스 스펙트럼이 리니지와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몰려있다는 점"이라며 "기술적인 다각화를 할지, 비즈니스 다각화를 할지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상용화에 나선 '바르코' 등 AI 사업 확장에 대해서는 "엔씨의 전체적인 성과와 기업 가치를 올리는 수준으로 가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AI 서비스 출시 초반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을 기존 게임 수익과 비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리니지의 회춘과 젊은이가 사랑하는 새 게임 제작입니다. 전 교수는 "처음 리니지가 유료화 계획이 없었다가 월정액으로 바뀐 적이 있는데, 그만큼 사랑 받아 서버 관리 비용 부담이 생긴 영향"이라며 "어떻게 하면 젊은 게이머가 더 오랜 시간을 엔씨 게임과 보낼 수 있게 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엔씨는 다양한 신작과 장르·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엔씨 게임 라인업 다양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입니다.
엔씨 관계자는 "우선 올해 12월 TL을 국내에 먼저 선보이고 내년 아마존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시할 계획"이라며 "올해 11월에는 8년만에 지스타에 참여해 새로운 신작 게임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이용자층 확대를 위해 MMORPG 이외의 장르에서도 다양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달 26일 글로벌 35개 지역에 동시 출시되는 캐주얼 퍼즐 장르 '퍼즈업: 아미토이'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에 '블레이드 & 소울 S', '배틀 크러쉬'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엔씨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장르인 '프로젝트G'도 내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