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전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남영진 KBS 전 이사장이 제기한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은 기각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1일 권 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 관련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 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며 권 전 이사장 측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권 전 이사장은 본 소송 선고 후 30일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신청인(권 전 이사장)이 방문진의 이사장으로서 방문진을 대표하고 그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해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신청인(방송통신위원회)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방문진 이사회가 그 의사를 결정한 절차에 현저히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는 부분도 소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임기 보장이 공익에 더욱 부합"
집행정지 인용 시 '방문진 이사회의 적절한 운영이 보장될 수 없고, 방문진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다' 방통위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임기를 보장하되 이사로서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해임을 허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추구하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공익상 필요가 신청인이 입는 손해를 희생하더라도 옹호해야 할 만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연주(왼쪽부터)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해직 방송 관련 기관장'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방통위는 권 전 이사장이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과 MBC 및 관계사의 경영손실을 방치하는 등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해임을 결정했습니다.
권 전 이사장 측은 해임 결정 직후 해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그는 앞서 열린 심리에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의 목적과 과정을 한마디로 말하면 견제와 균형 파괴"라며 "방통위가 언론의 견제를 받기 싫으니 숨 쉴 공간을 닫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현 전 방통위원은 이날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방문진 권태선 이사 복귀! 공수처는 김효재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의 직권남용 즉각 수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KBS 남영진은 기각
한편 같은 날 법원은 남 전 이사장이 낸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남 전 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방통위는 지난달 14일 남 전 이사장의 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해태와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을 들어 해임을 제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습니다.
남 전 이사장은 앞서 열린 심문에서 "해임 사유에 '경영진 감독 소홀'이 있는데 KBS 이사회는 심의·의결 기관이지 감독 기관이 아닌 만큼 부당한 사유"라고 주장했습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방문진의 문서 관리 및 자료 제출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던 중 오정환 MBC노동조합 위원장으로부터 '편파보도 방문진 문책'을 요구하는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