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교권…교사들, 직업 아닌 생존 문제

민원 시달리던 교사 또 극단적 선택…교사 폭행 학생, 다시 학교로
교원단체 "눈앞의 고충 버티기 힘들어…학부모 처벌 강화 등 필요"

입력 : 2023-09-11 오후 3:27:3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 이후 교사들이 교권 보호 대책 마련 요구에 나섰으나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주춤하는 사이 또 다시 교사들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도 보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권 보호 입법 지지부진한 사이 교사들 극단 선택 잇따라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들은 지난 4일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정부와 정치권에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주최 측 추산 총 10만여 명의 교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의 이러한 행동이 무색하게도 교권 보호 입법 절차는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7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교권 보호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한 학생의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 일부 내용을 두고 여야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교권 보호 입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동안 교사들의 안타까운 죽음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5일 밤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7일 끝내 숨졌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올해로 20년간 교직 생활을 이어온 해당 교사는 2019년 근무하던 한 초등학교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시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친구를 괴롭히는 등의 행동을 해 훈육하자 해당 학생의 부모가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교사를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1년 뒤인 2020년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도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다가 6월에 병가를 내고 지난달 중순부터 휴직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해당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지난 4일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를 진행한 이후에도 대전과 충북 청주에서 잇따라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교사 빈소의 모습.(사진 = 뉴시스)
 
교권 침해도 여전히 비일비재…"법 개정돼도 어려움 바로 해결될 수 없어"
 
교사가 교권 침해를 당하는 일도 여전히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6월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남학생이 교실 자리 배정에 불만을 품고 담임 여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에 대한 '퇴학' 처분 결정했고, 해당 교사는 병가를 내고 치료받는 중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지난 3월 중학생이 학교를 무단이탈하는 과정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학생은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출석 정지 30일' 처분을 받았으나 징계에 불만을 품고 학교를 찾아 난동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이 일로 다시 한번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려 '강제 전학'이 결정됐지만 학생의 부모가 관할 교육청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해 처분이 취소됐습니다. 해당 학생은 출석 정지 이하의 처분을 받고 학교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교원단체들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교권 보호 법안들이 교사들의 어려움을 바로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해당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고 해도 교권 보호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눈앞의 고충을 버티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법 개정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안 좋은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며 "교권 보호 대책이 효과가 있으려면 학부모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교권 침해 행위를 제어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교사들이 처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 보호 대책도 선언적인 내용만 담겨있지 실효성 없는 부분이 많다"면서 "법적 조치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최근 10년간 여러 사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들을 전수조사해 제대로 조치를 취해주고, 학교 내 소통 기능을 강화하고자 힘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교사들이 지난 4일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를 진행한 이후에도 대전과 충북 청주에서 잇따라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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