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생성형 AI'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구글·메타 등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막강한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IT 기업들 역시 독창적 기술을 바탕으로 속속 참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지배하는 자, 시장을 지배한다'라는 대명제 속 현재 생태계 플랫폼 주권을 확보한 한국이 생성형 AI로 이어지고 있는 미래 기술 혁신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3차례에 걸쳐 진단해 봅니다. (편집자주)
빅테크 기업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지난 2022년 11월30일, 미국의 IT 기업인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면서 IT 생태계는 커다란 변혁의 흐름을 맞게 됐습니다. 챗GPT는 당시 별다른 광고 없이 조용히 등장했지만, 현재 글로벌 빅테크 업계에 가장 파급력이 큰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챗GPT의 등장 이후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AI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상용화하면서 시장 선점에 성공합니다.
IT 산업의 핵심은 단연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생태계'입니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만든 애플 생태계처럼 말이죠. 따라서 AI 기반 기술 중심으로 재편될 미래 IT 산업에서 생태계를 장악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오픈AI와 구글 등 기술을 선점한 기업들은 기술 개발을 넘어 AI 생태계 확장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챗GPT의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오픈AI는 자체 스토어에 수많은 기업을 입점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 같은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도 자체 개발한 LLM을 바탕으로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는 물론 여러 IT 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IT 강국인 한국의 기업들도 신수종사업인
AI 산업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네이버(NAVER(035420)), 카카오(035720) 등 국내 대표
IT 기업들은
LLM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솔루션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들여 개발한
LLM을 속속 발표하면서 불꽃 튀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
'기술' 넘은 '생태계' 중요성 인식…플랫폼 전략짜기 골몰
'하이퍼클로바X' 발표하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지난달 24일 신수종사업으로서 자사의 미래를 책임질 한국형 LLM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했습니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2021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한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한국어에 최적화한 LLM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다른 LLM과의 차별성에 대해 "자랑스러운 한국어 표현이 장점이다"라며 "법, 제도, 맥락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 중소상공인, 창작자가 한국 시장을 타깃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 최적화됐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AI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생태계 플랫폼 주권을 확보한 한국 AI 시장을 우선적으로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네이버는 특히 '하이퍼클로버X'를 통한 생태계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검색을 중심으로 쇼핑, 콘텐츠 등의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시장을 아우르겠다는 전략입니다. 네이버는 쏘카,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기업을 파트너사로 확보하고 'AI 얼라이언스 구축'에 나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개최한 테크 컨퍼런스 ‘NEMO 2023’에서 코지피티 설명하는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이사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비슷한 전략입니다. 연내 공개 예정인 한국어 특화 LLM 코지피티(KoGPT)를 통해 국내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코지피티는 전문성과 개인화가 강점입니다. 카카오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 삼아 카카오톡과 카카오모빌리티 등 자사의 완성된 플랫폼과 연계해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국내 AI 생태계 공략의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일례로 카카오는 내년에 모빌리티 특화 생성형 AI 엔진을 공개하고 플랫폼과 연계해 산업 시너지를 극대화 할 계획입니다.
양대 포털 외에 국내 ICT 기업들 역시 생성형 AI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만큼 기술의 선도는 무리지만 전 분야의 역량을 모은 '풀스택(Full-Stack)'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입니다. '풀스택'이란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품과 서비스를 일컫습니다.
SK텔레콤(017670)은 기업·공공기관 등의 요구에 맞춰 통신사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해 온 '에이닷
LLM'에 텍스트
, 한국어 등에 강점이 있는 여러
LLM을 접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
오는
10월 초거대
AI '믿음'을 출시하는
KT(030200)도 풀스택 전략으로
AI 생태계 확장에 나섭니다
. 이를 위해
KT는 지난
10일
AI 스타트업 두 곳에 총
200억 규모를 전략 투자하고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
LG유플러스(032640)도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전문가
AI '엑사원
2.0'을 통해 사업 전 분야에서의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입니다
.
이러한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일 초거대 AI의 전 산업 확산을 위한 산·학·연 전문가 협의체인 'AI 데이터 융합 네트워크'를 발족하고 AI시장의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지원이 필요한 AI 데이터 구축 과제를 발굴하고 내년도 사업화로 연계할 방침입니다.
조성배 연세대학교 인공지능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생성형 AI 기술은 후발주자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잘 따라가고 있다"라면서도 "여러 국내 기업들이 한국어 특화로 개발을 시작하고 있지만 결국 일반적인 글로벌 무대에서 동등한 레벨로 경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