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오르는 '기름값'…무역수지는 '안갯속'

두바이유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
휘발유 1757원, 경유 1652원 연일 상승
9월 1~10일 무역수지, 16억원 적자 출발
"감산 영향 유가 상승, ESD지원 신경 써야"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정, 삼성 등 피해예상"

입력 : 2023-09-11 오후 4:56:48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국제유가가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를 향한 '적자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가상승 여파로 수입액이 오를 경우 그나마 버텨온 '불황형 흑자'마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바이유가 배럴(약 158.9리터)당 90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에 9월 초 무역수지는 16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57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9월 1주차 평균 가격인 1750원보다 7원가량 증가한 수준입니다. 경유 가격도 1652원으로 지난주 평균 1640원에서 10원 이상 올랐습니다.
 
휘발유·경유 9주 연속 '고공행진'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9주 연속입니다. 휘발유는 지난 7월 1주 1569원에서 8월 1639원으로 1600원대를 넘어섰습니다. 8월 3주차에는 1728원으로 1700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경유도 7월 초 1379원에서 매주 29원씩 오르며 1650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기름값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더욱 상승할 전망입니다. 국내 기름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국제유가도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로 들여오는 유가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이 9월 1주 기준 배럴당 90.2달러로 전주 대비 3.5달러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바이유는 지난 6월 74.9달러에서 7월 80.5달러로 80달러, 8월 86.4달러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57원입니다. 자료는 국내·외 유가 동향. (그래픽=뉴스토마토)
 
불황형 흑자마저 '불안'
 
지난 6월부터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흑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었기 때문에 발생한 '불황형 흑자'입니다. 흑자의 배경을 보면 원유 수입액 감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8월 전년 대비 감소한 수입액은 150억달러입니다. 이중 원유 수입 감소액은 42억5000만달러로 30%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어날 경우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무역 흑자는 지난 6월 11억3000만달러에서 7월 16억3000만달러로 소폭 늘었습니다. 이후 8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본격화되면서 8억7000만달러로 반토막 났습니다. 
 
대부분 상품 제작에 원유가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유 가격 상승세가 상품 수지를 줄이는 등 그나마 보이던 흑자 유지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두바이유 국내 도입단가는 지난 7월 배럴당 75.9달러에서 8월 84.6달러로 8.7(11.5%)달러 증가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원유를 수입해 쓰다 보니 무역수지가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원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세이빙디바이스(ESD) 지원 정책 등에 신경을 쓰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57원입니다. 사진은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수출 우하향 끝 어디…9월 16억 적자 출발
 
11개월 연속 역성장을 써내려가는 수출은 9월 들어서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3개월간 흑자를 보이던 무역수지도 9월 초부터 적자로 출발한 상황입니다.
 
관세청이 공개한 9월 1~10일 수출액을 보면 148억6000만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동기간 대비 7.9% 감소한 수준입니다. 반도체, 대중 수출 부진을 비롯해 원유 가격 상승도 무역 수지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8.2%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8월부터 1년 넘도록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대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17.7% 줄면서 지난해 6월(-0.8%)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체 수입액을 보면 165억 달러로 전년 동기간 대비 11.3% 줄었습니다. 석유제품의 수입은 38.6%로 늘어났지만, 원유는 10.2% 감소했습니다. 무역수지는 16억44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9월 초 무역수지 적자는 국제 수출 환경의 개선이 미진, 반도체 부진의 영향이 크다"며 "적자로 시작한 무역수지가 한동안 이어질지는 아직 분석이 힘들다. 다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큰 만큼 유가 상승도 예의주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설비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의 라이선스 결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으며 추가적 제재에 따른 피해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의 국내 유치를 위해 반도체 생산역량 강화를 지원해 반도체 제조 허브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반도체 제조 혁신 환경 개선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57원입니다. 사진은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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