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와 여당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막판까지 잡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은 노동조합은 부산 이전 관련 컨설팅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증거를 확보하는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은 지부는 12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산업은행 부산 이전 컨설팅 외압 의혹'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산은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 용역까지 조작했다"며 부산 이전 컨설팅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대통령의 말 한마디, 장관 말 한마디에 모든 국정 운영이 뒤바뀌는 세상"이라며 "8억원을 넘게 들인 외부 컨설팅 보고서는 여당 당 대표가 스스로 인정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답정너', '주문 제작' 보고서"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7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 금융경쟁력 제고 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인데요.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올해 초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며 "용역 결과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부산 이전을 무조건 A안으로, 1안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산업은행 사측은 PwC에 '국정과제인 산은 지방이전 추진시 한국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 컨설팅' 용역을 맡긴 바 있습니다.
컨설팅 용역 결과 산업은행 전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본점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지역성장 중심형'과 부산 본점에 전 기능을 완비하지만 수도권 금융시장과 기업 고객 대응을 병행 배치하는 '금융수요 중심안'이 제시됐습니다. 김 대표의 현장 간담회 발언은 윤 대통령이 첫 번째 안을 추진하라는 취지였다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은 "지난 7월 산은 노사의 컨설팅 결과가 발표되면서 강석훈 회장, 그리고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에게 공개토론회를 요청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사측의 컨설팅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진 만큼 김기현 대표가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임 정부가 통계자료 등 경제적 타당성을 조작해 정권에 유리하게 사용했다고 비판해 놓고 본인이 당선되니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재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들은 마치 본인의 귀중한 재산을 내놓는 것처럼 공공기관을 옮기겠다는 말을 한다"며 "공공기관이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PwC 담당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컨설팅 내용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노조는 부산 이전의 타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노사 공동으로 이전 타당성 TF를 구성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가 12일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