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최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면서 역전세난(기존 전셋값보다 시세 하락)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방의 경우 전셋값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는 데다, 시장의 전세 공급도 수요를 앞서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지난 2021년 하반기 체결된 고가 전세계약이 만기를 앞두고 있어 역전세난 우려는 여전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전국 역전세난이 큰 틀에서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지난 4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평균 0.09% 오르며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전셋값은 0.17% 오르는 등 전주(0.14%)보다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수도권은 0.04%포인트 오른 0.18%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부산, 대구, 광주 등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여전히 전셋값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난주 부산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3% 하락했고 제주(-0.02%), 대구(-0.02%), 충남(-0.01%) 등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산, 대구, 광주 등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은 공인중개사 사무소. (사진=뉴시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둔 가운데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보다 임차인을 찾는 물건이 더 많은 점도 역전세난 우려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지난 7월 기준 전국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통합) 전세수급지수는 89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0~200)화한 것으로 100 이하로 내려갈수록 시장에서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는 각각 88.7, 89.3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기준으로 주택유형별로 보더라도 아파트(88.7), 연립다세대(86.2), 단독주택(94.7) 모두 100 이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전셋값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하반기 계약한 전세계약 물량들이 올 하반기부터 순차 도래하면서 역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전세 기한이 만료되는 역전세난 물량은 각각 29만호, 31만6000호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7월 27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전세 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는 대규모 전세금 미반환 사태를 우려한 단기 처방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집주인의 역전세로 올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증금 차액은 약 24조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임대인 중 최대 7.6%(약 8만9000가구)는 대출을 활용해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 역전세 리스크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앞으로 남은 한 1년 동안 임차 시장에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며 "역전세난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의 주요 피해 주택인 빌라(다세대·연립)의 경우 올 하반기까지 약 90조원의 전세보증금 만기가 도래하는데, 역전세난이 지속된다면 빌라 기피현상은 앞으로 더욱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지난 4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평균 0.09% 오르며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사진은 빌라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