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생성형 AI’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구글·메타 등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막강한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IT 기업들 역시 독창적 기술을 바탕으로 속속 참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대명제 속 현재 생태계 플랫폼 주권을 확보한 한국이 생성형 AI로 이어지고 있는 미래 기술 혁신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해 봅니다. (편집자주)
오픈AI 챗GPT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전 세계 IT 산업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AI'입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등장에 비견될 혁신으로 작용하리라 예측되는 AI는 IT 산업 전반을 뒤흔들 파고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혁의 흐름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 및 국내 ICT(정보통신) 기업들은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과거 애플이 만들어 낸 '앱 생태계'와 같은 AI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AI 산업에 대한 전망은 밝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생성형 AI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생성형 AI 적용에 따른 한국 경제의 잠재적 생산역량이 최대 620조원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2150조 6000억원(명목) 대비 29%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AI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수종사업으로 장밋빛 미래가 예견돼 있지만 정책 등이 아직 제대로 가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사업의 태동기인 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력난도 예고돼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AI 분야에서 인력 1만28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또한 생성형 AI 산업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클라우드 분야 역시 1만88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AI 관련 산업의 고급 수준 인력난이 심화할 것으로 나타납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왼쪽부터),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 연구소장,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INNOVATION 센터장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서 우리의 초거대 AI 잠재력과 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디지털 대항해 시대' 정부, AI 글로벌 도전 본격화
이러한 상황 속 정부는 AI 산업 활성화 및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 도약' 행사에 참석해 AI 국제 협력 확대 및 전국민 인공지능 일상화 추진 등이 담긴 '대한민국 AI 도약 방안'을 발표하고 우리 AI 산업의 글로벌 도전을 본격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 국민 AI 일상화를 위해 909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복지, 건강, 보육 등 국민 일상과 농어민, 소상공인 등 산업현장과 공공행정 등에 전방위적으로 AI를 도입해 디지털 모범국가의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후발주자인 한국 AI 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달시키기 위해 내년부터 미국, 캐나다, EU 등의 선도 대학과 글로벌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AI 공동랩 구축 및 석·박사급 파견을 통한 전문인재도 양성됩니다.
산업 활성화 저해하는 '규제'…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처럼 정부와 기업 모두가 신수종사업인 AI 산업의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저작권 침해, 윤리 문제, 개인정보 보호 등의 부작용에 대한 규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현재 미국, 중국, EU 등 전세계 규제당국은 AI에 의한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한국도 내년 선거를 앞둔 만큼 선관위 등을 필두로 규제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산업 초기인 만큼 빠르게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기술 발전을 조금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입니다. 과거 메타버스 열풍 때 경쟁적으로 규제 법안이 나와 발전이 저해됐던 만큼 이번에는 IT 주권 확보를 위한 제도권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도 무분별하게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우선적으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성배 연세대 인공지능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어정쩡하게 규제를 하기 시작하면 빨리 기술을 따라가는 입장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유럽이나 미국이 하는 것을 충분히 보고 우리한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규제의 범위나 정책을 가다듬는 세심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아직은 우리가 기술이나 산업적인 부분에서 더 나갈 부분이 많다"라며 "지금은 규제보다는 기존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정부가 법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