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먹거리 값 폭등…팍팍해지는 삶

입력 : 2023-09-14 오전 6:00:00
"최근 과일값이 너무 올라 다가오는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가늠하기 정말 어렵네요. 앞으로도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 않은데, 차림 품목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먹거리 가격이 '자고 나면 뛴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등하자,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이미 이 같은 흐름은 통계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통계청의 '2023년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폭 자체가 반등한 것은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이 같은 물가 상승률 3%대 진입에는 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에 따른 농작물 침수, 낙과 피해로, 농산물 물가가 1년 새 5.4% 뛴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같은 기간 과일 물가는 13.1%나 급등했고 품목별로 사과(30.5%), 귤(27.5%), 복숭아(23.8%), 딸기(20%), 수박(18.6%), 밤(16.3%) 등이 높게 올랐는데요. 사과, 밤의 경우 20대 성수품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석을 대비하는 시민들의 어려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식품 업계도 올해 치킨, 햄버거, 피자 등 가공식품의 가격을 크게 높이며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죠. 한 끼에 3만~4만원을 지불하기 일쑤인 이들 음식을 두고 더 이상 서민 음식이라 말하기도 민망할 지경입니다.
 
사실 물가 상승률은 연초부터 매월 둔화했고, 지난 7월에는 2.3%로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는데요. 이미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던 시기에도 체감 물가는 매우 높았기에, 통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던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당시에도 먹거리 물가가 너무 높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죠.
 
때문에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의 방향성이 일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물가 상승률 반등이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통상적으로 물가 상승률은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보수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발표된다는 점에서 등락을 반복하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즉 추세적으로 둔화세에 접어들면 일정 기간 동안 상승률이 꾸준히 둔화하고, 상승 반전하면 특별한 동인이 없는 이상 확장세가 이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물가 불안의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죠.
 
실제로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이달 말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수요 폭증에 따른 먹거리 가격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향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죠.
 
최근 정부는 하반기 민생이 물가 안정에 달렸다며, 특히 식품·외식 업계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습니다만, 언제까지나 업계의 자발적 동참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부는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 요인들에 대한 정교한 분석, 해외 식품 수입선 다변화, 할당관세 품목 확대 등 먹거리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상당한 부유층이 아닌 이상 대부분 가계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먹거리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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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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