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한앤코 경영권 분쟁 장기화…멀어지는 경영정상화

쌍방대리 의혹 제기…계약 무효 주장

입력 : 2023-09-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남양유업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곤두박질치는 모양새입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양유업(003920) 홍원식 회장 일가와 한앤코의 주식매매계약(SPA) 이행 관련 소송전에 대해 대법원이 본격 심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간 도과를 고지하면서 정식 심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2021년 남양유업은 한앤코와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매각하는 SPA를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홍원식 회장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깊어졌습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양측의 쟁점이 되는 부분은 '쌍방대리'입니다. 주식매매계약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홍 회장과 한앤코 양쪽을 모두 담당한 것을 말합니다. 홍 회장은 쌍방대리 의혹을 제기하며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24조에 따르면 대리인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자기와 법률행위를 하거나 동일한 법률행위에 관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변호사법 31조는 당사자 한쪽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대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거래 자문의 경우 양측 동의를 받을 경우 쌍방대리가 가능하다"면서 "타 로펌들에서도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M&A 거래 같은 특정 사무에 관해서 한 것인지 혹은 M&A 전반에 대해서 합의가 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종합적인 사정을 비춰서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할 수록 정상화 난관
 
문제는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수록 남양유업의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단 겁니다. 현재 저출산 심화에 따라 흰 우유와 분유 소비층인 영유아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유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당면한 상황입니다.
 
남양유업의 영업손실은 2020년 767억원, 2021년 778억원, 지난해는 868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커졌습니다. 이 같은 손실 규모가 커진 데는 남양유업의 총매출에서 우유와 분유 사업의 매출 비중이 69.8%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앤코는 2021년 당시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주당 82만원의 가격에 매입했습니다. 하지만 14일 기준 남양유업의 주가는 46만1000원입니다. 양 측의 법적 분쟁 장기화 여파로 주가가 반토막 난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소송과는 상관없이 임직원 일동은 현재의 어려운 유업계 시장 속에서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속 노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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