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규제냐 사전 규제냐…정책 엇박자에 플랫폼 업계만 '혼선'

공정위, 올해 독과점 플랫폼 부정행위 집중 감시 방침
과기부 '자율 규제' 기조 vs. 공정위 '사전 규제' 검토…정책 엇박자
업계만 혼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 토로

입력 : 2023-09-15 오후 3:44:14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독과점 플랫폼 업체의 부정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며 칼을 빼 들자 플랫폼 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한 플랫폼 자율 규제 정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지만, 공정위의 사전 규제 움직임에 더한 플랫폼 업계 불공정 행위 감시 강화 언급에 혼선을 빚는 모습입니다.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전자상거래, 모빌리티, 숙박 등 핵심 플랫폼 분야를 중심으로 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쿠팡, 네이버(NAVER(035420)), 카카오(035720)모빌리티, 야놀자 등 주요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 사건을 언급하면서 조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는데요.
 
공정위는 이날 플랫폼 독과점을 견제하는 관련 입법 추진 방침도 밝혔습니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해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9차례 논의했고 이를 참고해서 합리적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머지않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독과점 견제 관련 입법 추진에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공정위가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의 사전 규제 도입을 검토해 온 만큼 법안에 강력한 사전 규제 내용이 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5일 열린 '제12회 서울 국제경쟁포럼'에서 플랫폼 기업의 사전 규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유럽연합(EU)은 기존의 경쟁법으로 플랫폼에 대한 경제력 집중·정보 비대칭 등을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수범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구체적인 행위·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소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엄중한 사후 대응 방침을 강조하면서도 사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위의 사전 규제 움직임은 과기부의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기부는 현재 토종 플랫폼 기업의 혁신 촉진을 위해 플랫폼 자율 규제 기조를 바탕으로 한 정책을 마련 중입니다. 이를 위해 법적 근거를 담은 입법 과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정부와 공정위의 정책 엇박자가 드러나면서 업계에만 혼선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플랫폼 업계에 대한 자율규제 희망이 있었지만 (공정위가) 전반적으로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 시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만든다고 하고 디지털 기술 수출을 하겠다고 하는데 공정위는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보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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