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이면)"부정수급 해결 중"이라던 국세청…알고보니 "일일이 확인 못한다"

본지 8월 21~23일 3회 걸쳐 '근로장려금 이면' 탐사보도
국세청 공식입장 "부정수급 안 많아…브로커 문제도 해결 중"
실무자 만났더니 "부정수급, 국세청 차원에서 대응·관리 못해"

입력 : 2023-10-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근로장려금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부정수급 사례가 빈번하고, 브로커까지 개입된 조직적 비리 정황 또한 있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 국세청은 "부정수급은 많지 않다. 현장에서 확인이 필요한 건 다 확인하고 있다. 브로커 사례는 사전·사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취재 결과, 국세청 복수의 실무자는 "부정수급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다. 제보가 들어와도 국세청 차원에서 대응·관리하지 못한다"고 실토했습니다. 국세청의 기존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국세청이 근로장려금 제도 개선에 힘쓰기보다 현실을 덮는 것에 급급해 사태만 키웠다는 비판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본지 탐사보도부, 8월 3회 걸쳐 근로장려금 제도 '허점' 보도
 
근로장려금이란 일은 하되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사업자를 돕고자 정부가 연간 최대 33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노동자에게 일할 의욕을 높이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며, 실질소득도 보장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역대 정부는 선심성 복지 차원에서 근로장려금 규모를 매년 늘렸습니다. 본지 탐사보도부는 지난 8월21일부터 23일까지 3회에 걸쳐 <'근로장려금' 이면>이라는 기획기사(<(단독)국세청 내부고발 "최대 절반가량이 부정수급자">, <신청·수급자 7배 '폭증'…국세청 1명이 1129가구 관리>, <"고용률 떨어질까·표심 무서워 수수방관">)를 보도하며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해당 기획 보도는 국세청 내부 고발자의 폭로를 담았습니다. 국세 공무원 출신 세무사, 전직 관세청장,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근로장려금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부정수급은 수급자의 최대 50%, 적게 잡아도 20%에 달할 수 있다 △브로커가 낀 조직적 부정수급이 빈번하다 △근로장려금 지급을 전담하는 국세청은 인력이 모자라 수급자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다 △대통령실과 장·차관, 고위 공무원들은 제도 허점을 알지만, 자칫 제도를 손질할 경우 불어닥칠 민심 이반을 걱정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주장 등을 점검했습니다. 
 
지난 18일 김창기 국세청장이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창기 국세청장 초청 중소기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세청 "현장서 필요한 건 다 확인, 부정수급 해결하는 중" 
 
본지는 8월 보도 당시 국세청에 공식 입장과 해명을 요청했습니다. 부정수급이 빈번하다는 질의에 국세청은 "근로장려금은 국세청이 내·외부에서 수집한 소득·재산자료 등을 근거로 수급요건(소득·재산요건)을 심사하고, 요건을 충족한 가구에 한해 지급한다"면서 "근로장려금을 지급한 후 과다하게 지급된 금액을 환수한다. '허수가 50%, 적게 잡아도 20%'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브로커가 낀 조직적 부정수급이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브로커 사례는 사전점검과 사후검토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근로소득 지급명세서상의 소득을 근거로 4대 사회보험료(건강·고용·산재보험, 국민연금)가 부과되므로 지급명세서를 허위로 제출하기 어렵다"면서 "근로장려금을 부정수급한 경우 사업자는 가산세(1%)뿐만 아니라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등) 대상이 되며, 차후 5년간 근로장려금 수급이 제한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근로장려금 지급과 관리감독을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고 일선 부서의 인원을 '땜빵' 식으로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근로장려금만 아니라 국세청, 나아가 공무원 조직 인력은 늘상 다 부족하다"며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현장에 나가지 않거나 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확인이 필요한 건 다 확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국세청 "일일이 확인 못해" 뒤늦게 고백…부정수급 문제 손놔
 
하지만 취재팀이 국세청의 복수 실무자를 만난 결과 당국의 앞선 해명과 결이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실무자는 "'부정수급을 일일이 확인할 여유가 없다'(는 지적은) 어떤 면에선 맞다"라며 "'확인'이 수급자가 근로장려금을 정상적으로 받았는지, 진짜 직장에서 일하는 건지 일일이 '체킹'하는 개념이라면 국세청 직원은 한 집 건너 한 명씩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수급자 전수조사는 국세청 전직원 2만명을 풀어도 불가능하다"며 "(부정수급이 의심된) 몇개 샘플을 보거나 제보를 받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본지는 지난 8월 근로장려금 제도의 허점을 보도할 당시 M세무법인이 브로커가 암약하는 곳이라는 제보를 받아 지목한 바 있습니다. 국세청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브로커와 짜고 노숙자·실업자 등의 주민번호를 건네받은 중소기업 사장은 이들을 실제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합니다. 사장은 이들에게 월급을 주는 척하면서 뒤로 비자금을 축적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실무자는 이 같은 조직적 부정수급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국세청 안에서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앞서 "브로커를 통한 조직적 부정수급을 사전점검·사후검토로 해결하고 있다"는 국세청 입장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부정수급을 적발했더라도 해당 사안이 제도를 개선하는 데 활용되지도 않는 모습입니다. 국세청은 부정수급에 관한 제보와 신고를 받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관리 의지도 없다고 합니다. 취재팀이 만난 다른 실무자는 "본청에서 근로장려금 부정수급을 적발하고 돈을 환수하더라도 관련 정보를 일선 세무서들에게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라면서 "일선에선 얼마가 환수됐는지만 알 뿐, 어떤 사유로 환수됐는지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보·신고되는 부정수급 사건은 관할 세무서마다 개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본청 차원에서 관련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종시 국세청 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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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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