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면서 대리점을 통한 판매에 익숙하던 보일러 업계도 직영몰을 열고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영몰 운영 전략에 차이가 있어 주목됩니다. 주력제품인 보일러를 중심으로 보면, 귀뚜라미보일러는 직영몰을 통해 본사가 직접 판매하고 대리점엔 나중에 설치 및 판매 수수료를 지급합니다. 반면
경동나비엔(009450)은 직영몰에선 보일러 구매 희망 고객을 자택인근 대리점으로 연계하는 접수 단계만 진행합니다.
22일 중견기업계 등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지난 2월 시범운영을 거쳐 이달에 직영 온라인몰 '귀뚜라미몰'을 공식 오픈했습니다. 카본매트 온돌, 창문형 에어컨, 전기온수기 등 다양한 가전을 팔고 있는데요. 보일러 역시 바로 이 직영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결제 전 설치지역을 조회한 뒤 설치 가능한 지역이면 '바로구매' 클릭 후 배송정보를 입력하고 '상담하기'를 신청하면 담당자와 통화를 통해 설치가 진행됩니다. 결제는 구매상담 후 설치시 진행되는데요. 귀뚜라미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경험이 있는 귀뚜라미 공식 대리점과 협의를 통해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해당 매출이 대리점이 아닌 본사로 잡힌다는 점입니다. 본사는 여기서 설치·판매 수수료를 떼어 해당 대리점에 지급합니다.
귀뚜라미가 직영 온라인 쇼핑몰인 ‘귀뚜라미몰’을 정식 오픈했다. (사진=귀뚜라미)
보일러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즉 대리점 유통이 보편적입니다. 현장 설치와 수리가 중요한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본사와 대리점 간 관계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비록 온라인몰의 구축 및 활용이 최근 유통가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긴 하나, 보일러의 경우 본사가 온라인몰 판매에 직접 나설 경우 본사와 대리점 간 경쟁을 촉발하는 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점을 의식해 경동나비엔의 경우 이와 다른 방식으로 직영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2015년 직영몰을 오픈했는데요. 고객들은 나비엔하우스를 통해서는 보일러를 직접 구매할 수 없습니다. 귀뚜라미와 다른 부분입니다. 온라인으로 보일러를 사고자 하는 고객이 직영몰 '나비엔하우스'을 통해 상담 및 견적을 요청하면 인근의 경동나비엔 공식대리점에 연계되고, 해당 대리점이 직접 고객에게 보일러를 판매합니다. 즉, 나비엔하우스를 통한 보일러 매출은 경동나비엔 본사로부터 연계된 경동나비엔 대리점의 자체 매출이 됩니다. 온라인몰을 통한 보일러 매출이 대리점이 아닌 본사로 잡히는 귀뚜라미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대리점 가운데 '파트너사'를 지정해 온라인 구입 희망 고객을 연결해 주고 대리점이 이를 직접 판매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는 필요한 정보를 얻고, 본사는 고객에게 믿을 수 있는 파트너사(대리점)를 연결해, 본사와 대리점이 상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당초 귀뚜라미는 대리점에 설치 수수료만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취재가 시작되자 대리점에 설치 수수료뿐 아니라 판매 수수료도 지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온라인 구매의 피해를 줄이고 고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직영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본사와 협의된 대리점에 판매와 설치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도권이 안정화될 경우 전국 대리점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그렇다면 대리점에 지급되는 설치·판매 수수료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귀뚜라미 측에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