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일자리에 눈덩이 빚까지…풍전등화 청년들

8월 기준 청년 취업자 수 전년 대비 10만3000명 감소
청년 고용률 47% 불과…30~50대 70%대 '대조적'
정부 청년 일자리 참여비율 15% 불과…"실효성 부족"

입력 : 2023-09-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유진·조용훈·이민우 기자] 구멍 난 일자리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까지 청년층의 '이중고'를 돌파할 묘수가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청년 고용률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고 제2금융권을 찾는 청년들도 늘어나면서 청년층의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청년인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효과가 제한적으로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24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청년층 부채를 줄이고 고용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실효성 있는 일자리 정책을 시급히 제시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청년 취업시장 '꽁꽁'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0만3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0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2%로 청년 고용률은 47%에 그치고 있습니다. 고용률이 하락한 것은 모든 연령층 통틀어 청년층이 유일합니다. 30~50대의 고용률이 70%대를 넘어선 것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3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전망'을 보면 20대 인구는 경제활동인구조사상에서 2021년 3분기부터 감소하고 있습니다. 감소분은 20만명대에 달합니다. 
 
특히 청년층 불완전 취업이 증가하고 있고 청년층 확장실업률이 감소하고 있어도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실이 공개한 '저축은행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을 보면 20대의 연체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빚 눈덩이'…내몰린 청년들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어렵기만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실이 공개한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32개 저축은행의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수는 184만8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대의 경우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액과 차주는 줄었지만 연체율이 급증했습니다. 6월 기준 20대의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2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차주 수는 22만명에서 18만8000명으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연체율은 지난해 5.3%에서 올해 6.9%로 증가했습니다.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30대는 1년만에 제2금융권 이용자가 2만명 증가했습니다. 신용대출 잔액은 1000억원 감소했으나 더 많은 인원이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린 셈입니다. 연체율도 4.3%에서 5.6%로 늘었습니다.
 
취업 후에도 빚더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들은 증가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취업 후 학자금 의무상환 대상자는 29만1830명입니다. 2018년 18만4975명에서 5년 새 57.8% 늘어났습니다.
 
학자금 체납액은 2018년 206억원에서 2022년 552억원으로 2.7배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체납 인원은 2018년 1만7145명에서 지난해 4만4216명으로 2.6배 증가했습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긴축 정책 기조로 가다보니 정부의 재정은 건실한데 경기가 안 좋을 때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추구하거나 사회안전망, 고용안전망 지원을 확충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직을 하면 개인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실직을 당하거나 결혼을 하기 위해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들의 경우 담보 등 여러가지 경제적인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제2금융권으로 몰렸다고 가정할 때 경기 둔화에 따른 피해가 어떤 연령층보다도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8월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0만3000명 감소했다. 진은 채용 공고를 보는 청년들. (사진=뉴시스)
 
궁여지책 '청년인턴'
 
정부는 청년 취업률을 올리고 청년들에게 일 경험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청년인턴' 제도를 가동 중입니다. 하지만 청년인턴 제도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청년 구직자 일자리 인식조사'를 보면 설문 참여자 중 정부의 청년 일자리 지원정책에 신청해 참여한 비율은 15.0%에 불과합니다.
 
불참 이유로는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29.2%)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신청해도 안 될 것 같아서(29.2%)', '관심이 없어서(24.9%)', '도움되지 않을 것 같아서(15.9%)'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 2030에게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인식된다는 방증입니다. 
 
조장우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제일 좋은 것은 인턴 이후 그 직장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일하면 좋은데 청년 인턴 공고가 나오는 것들을 보면 다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직"이라고 꼬짚었습니다.
 
이어 "대책들이 근본적인 청년실업,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들이 아니라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예산을 지원받고 하니까 하고 있고 청년 입장에서는 정말 선호하는 곳이 아닌 곳에 인턴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좋은 일자리는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인턴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가 노동 현장에서 겪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유진·조용훈·이민우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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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