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 없이 근로자 못 구해"…중기인들, 애로사항 호소

이영 장관 "중대재해처벌법 애매모호…개선 필요"
이정한 협회장 "주 52시간에 외국인 근로자 떠난다"

입력 : 2023-09-26 오전 10:31:22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대표이사만 책임을 지게 돼있습니다. 여러 관리자들이 근로를 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 재해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 사고 시처럼 대표자, 관리자, 근로자의 과실을 따져 물어야 합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 밝힌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애로사항과 제도 완화 요구입니다. 건설은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업종으로 꼽힙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예고된 상황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유예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10개 단체는 26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 노동현안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영 중기부 장관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해 △조인호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인사말에서 이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이 개선 없이 진행이 된다면 정말 많은 준비비용과 혼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중기부가 업계를 대신해서 큰 목소리를 내야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노동현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날 모인 10개 단체는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확대 등 근로시간 유연화 △외국인력 쿼터 폐지 및 활용 업종 확대 등 노동현안 해결이 절실하다면서 중기부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정한 협회장은 추가 근로를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기에 결국 범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이 협회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면접 때부터 토요일에 일을 시켜달라고 말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SNS를 통해서 자국 근로자들끼리 소통을 하더라. 추가 근로가 불가능하면 금요일 밤에 지방으로 일하러 떠났다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중소기업인들은 급기야 일용직 회사에서 자사 근로자를 임시로 채용하는 것으로 계약해 이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일부 중소기업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추가 근무 시키고 자신의 월급을 올린 뒤 자신의 월급에서 일정부분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이 협회장은 전했습니다. 주 52시간만 근무가 가능한 곳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 협회장은 근로자와 대표가 합의해 근무조건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하청업체들의 경우 주 52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발주시스템"이라며 "밑으로 내려갈수록 납기를 지키기 힘든 부분이 많다. 발주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이 장관은 업계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가 산업화 시대에서는 산업계의 다양성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업종, 업력, 내수, 수출 등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것을 하나의 그릇에 담기는 어렵다"며 "근로기준법이든 중대재해처벌법이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모니터링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처벌기준을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준비가 부족한 사실도 알고 있다. 중소기업이 의미 있는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중기부가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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