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포털 옥죄기가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에 이어 포털 사이트 '다음'의 여론 조작 의혹이 새롭게 부상해 불을 붙인 모양새입니다. 특히 의혹에 대해 여권이 강하게 맹공을 펴자 정부가 발맞춰 대응책 마련을 주문해 정부·여권이 주창하는 '포털 개혁'과 관련한 규제가 머지않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1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과 중국의 8강전 당시 다음 응원페이지에서는 중국팀을 응원한 비율이 전체 응원 클릭의 91%에 달해 논란이 인 바 있습니다.
클릭 응원은 별도의 로그인을 거치지 않고 횟수 제한 없이 자신이 원하는 팀을 응원할 수 있는 기능인데요.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에서 우리나라의 응원 비율보다 중국을 응원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여론 조작 의혹'으로까지 번졌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나서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습니다. 4일 한 총리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은 뒤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부처 TF를 신속하게 꾸려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과한 해석이라며 단순 시스템상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과도한 정치 수사"라며 "일반 유저들이 봤을 때는 어디에 좌표가 찍혀 클릭을 했구나 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로그인을 안 해도 그냥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클릭할 수 있다든지 이런 건 그냥 시스템 문제인 거고 개선하면 될 일"이라며 "이걸 빌미로 다음이라는 포털을 협박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측은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횟수 제한 없이 클릭할 수 있어 응원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다"라고 시스템상 허점을 인정하며 해당 서비스를 지난 2일 종료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응원 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응원 댓글 서비스 중단을 알리고 있다. (사진=다음 사이트 캡처)
여권 문제 제기 → 정부 대응책 마련 → 포털 규제 본격화하나
'다음 응원 댓글 논란'이 불거지자 여권에서는 즉각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를 촉구하는 등 맹공에 나섰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이 운영하는 클릭 응원·댓글 응원 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조작 세력이 가담한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라며 "우리나라 포털에 대한 중국 특정 세력들의 개입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고, 나아가 중국 IP를 우회해서 사용하는 북한의 개입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당 김기현 대표도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포털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김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국정원을 지목, 해당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습니다.
이러한 여권의 문제 제기 이후 정부는 범부처 TF 구성 및 대응책 마련으로 응답하며 '포털 개혁'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방통위는 국무회의 현안보고를 통해 "초유의 사태"라고 강조하면서 "국내외 포털 사업자들의 '가짜 여론,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 등 국론 분열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무위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도 이날 "이른바 입법 미비 상태이기 때문에 범부처 TF에서 논의를 좀 해서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검찰 수사도 이뤄지면 제재 방안도 나오고 제도적 개선도 따를 것"이라며 포털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을 시사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의혹을 빌미로 포털에 대한 압박을 더 강하게 하고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규제를 바탕으로) 유리한 여론 환경 조성을 위해 포털을 이용하고 활용할 위험성도 충분히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포털 사이트 다음의 운영사 카카오는 이날 "클릭 응원 수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 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