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조용훈·김소희 기자] 중동정세의 불안정성까지 가중되면서 한국경제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전망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돌발 변수 탓에 '상저하저'가 불가피하다는 조언입니다. 특히 이스라엘 사태 배후에 따른 이란 제재 가능성까지 예측되면서 세계 경제 부담은 한국경제 성장률을 더욱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10일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지난 7월과 동일한 1.4%로 내다봤습니다. 내년 성장률은 2.2%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은 1년에 4차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합니다. 4월·10월은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주 전망을 내놓으며 1월·7월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30개국 대상 수정 전망치를 발표합니다.
국제통화기금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7월과 동일한 3.0%로 유지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 서비스 소비가 급증했으며 미국·스위스발 금융 불안이 조기에 진정됐다는 게 IMF 측의 설명입니다.
1.4% 유지했지만…중동 전쟁 미반영
다만 이후 중국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제조업 부문이 지속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금리 기조와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근원물가가 높아 물가안정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일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우리나라는 7월과 동일한 1.4%로 전망된다. 그래픽은 IMF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뉴스토마토)
IMF는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근원물가상승률은 5.3%로 예상했습니다. 또 세계 각국이 오는 2025년에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날 IMF가 내놓은 전망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의 여파가 반영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기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외 요인으로 위축된 상황이며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인해 우려감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IMF가 1.4%의 전망치를 내놨지만 기존 전망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전망치에서 0.2~0.3%포인트 정도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10일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지난 7월과 동일한 1.4%로 내다봤습니다. 사진은 직장인 모습. (사진=뉴시스)
"중동 화약고까지 '악재'"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만약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이란을 공격할 경우 국제유가의 급등은 불가피하다"며 "관련 증거가 나올 경우 미국의 대 이란 제재는 불가피한데 이 경우 하루 200만 배럴 수출을 하는 이란의 수출이 중단될 수 있어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석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중동전쟁으로 국내 에너지 시장은 요동을 칠 것"이라며 "국제 경제가 불확실해지면 보통 달러 강세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기업부채 등이 많아 여러 위기가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1년에 10억배럴 정도 원유를 수입한다. 유가가 10달러만 올라도 원유를 수입하는 데 100억달러를 추가로 지출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수입이 많아지니 우리 성장률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가가 오르면 전세계적인 물가가 오르니까 각국 중앙은행이 내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실질적으로 인하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성장률이 이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중동 전쟁이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지만 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가 오르고 수입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으며 현 경제 상황에서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동과 우리나라는 익스포저(특정 기업 또는 국가와 연관된 금액)가 없다"며 " 때문에 금융은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나 다른 루트를 통해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0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 등 물가가 요동칠 것이라고 제기했다. 사진은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조용훈·김소희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