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0월2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게 된 원인이 문재인정부가 당시 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무시한 채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가스요금을 인상을 유보했기 때문이라는 감사 결과가 10일 나왔습니다.
감사원은 이날 한전·한국토지주택공사(LH)·산업통상자원부 등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포함 16개 공기업의 금융부채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121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에서 급증한 부채의 대부분이 공공요금을 올리지 못한 결과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산업부는 원가연계형 요금제 등의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유보 의견을 내면서 2021년 2·3분기, 이듬해 1·2분기 등 총 12개월간 요금을 인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이에 따른 한전의 적자액이 32조7000억원, 가스공사의 미수금액은 8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물가안정 및 국민부담, 거시경제 상황 등과 함께 한전·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 공공요금의 가격신호 기능 저하, 미래 소비자 부담 전가 등 요금조정 유보에 따른 부작용도 균형 있게 고려해 연료비 등 원가변동 요인을 적기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방안 및 원가 미조정액의 회수계획 등 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을 병행하는 등 보다 합리적으로 전기·가스요금 조정체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감사원은 한국서부발전·LH 등 기관에 대해선 사업·투자를 부실하거나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2조원 상당 예산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LH공사에 대해선 경기도 양주 광석지구 택지개발과 관련 주택 수요 부족으로 4300여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사업성이 떨어지는 행복주택사업,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 등 83개 사업지구의 규모를 재조정하지 않고 추진해 2200여억원의 초과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와 함께 자산관리의 비효율이 심각하며 갑질, 뇌물수수, 채용비리, 부당겸직, 근무지 무단이탈 등 후진적인 공직기강 해이 사례도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위법·부당 문제가 발견된 21명은 징계·문책 조처하고,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본 18명은 업무상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수사 요청을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