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인구부족 국가에서 버려지는 아이들

입력 : 2023-07-18 오전 6:00:00
태어나긴 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 2200명이 넘습니다. 감사원이 6월 22일 발표한 ‘2015~2022년생 출생미신고’ 아동 조사 결과 발표는 여러모로 생각거리를 던집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수사에 착수한 결과 7월10일 기준으로 사망이 확인된 아이는 34명입니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아이는 782명입니다. 그나마 수사를 통해 생사를 확인한 아이가 253명이라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 할 듯 싶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 영아 34명 가운데 11명은 친부모 등으로부터 살해되거나 버려져 숨을 거뒀습니다. 6명은 친모나 친부가 직접 살해했습니다. 5명은 방치한 뒤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등지거나 의문사로 종결됐습니다. 숨을 거둔 뒤에는 야산이나 심지어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출생미신고 8년간 2200명
 
낳자마자 눈도 뜨지 못하는 아이를 살해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과 ‘임신·출산을 알리기 두려워서’입니다. 수원에서 냉장고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영아의 친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그랬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생후 5일 된 남자아이를 목졸라 살해한 뒤 거제 고현천 일대에 버린 사실혼 관계의 20대 친부와 30대 친모도 경제 문제를 들었습니다.
 
생명의 끈은 이어진다고 하지만 낳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대한민국은  ‘베이비박스’의 나라입니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보호자가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민간 종교단체가 운영합니다. 
 
합법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온 행위 자체를 ‘영아유기’로 판단합니다. 그래도 법원은 정상을 참작합니다. 그렇게라도 거둬들이지 않으면 결과는 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이 밝힌 출생미신고 2236명 가운데 절반 가량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입니다. 이렇게 맡겨진 아이들 10명 가운데 7명 가까이가 보육원으로 갑니다.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동수출국입니다. 1960~70년대 ‘못 먹고 못 살 때’ 시절이 아닙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지금도 해마다 수백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떠납니다.
 
전 세계 국제 입양 통계를 집계하는 ISS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국외 입양아는 266명입니다. 콜롬비아(387명)와 우크라이나(277명)에 이어 3위입니다.
 
한 편에서는 저출산 아우성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저출산으로 아우성입니다. 가임여성(15~49세) 1명이 아이를 낳는 비율인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08명입니다. 결혼해도 애를 낳지 않는 가정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부의 의지에 따라 출산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낳지 못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난임으로 진단받은 난임인구는 2021년 기준 35만6000명입니다. 통계에 잡힌 2021년 국내 신생아 약 26만명 가운데 8.1%는 난임 시술을 거쳐 태어났습니다. 신생아 100명 가운데 8명 꼴입니다.
 
한 편에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난임시술까지 하는 등 아이를 갖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정부와 국회는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하고, 출생신고를 병원이 하는 출생통보제를 입법화하는 등 부산을 떱니다. 점점 사람이 부족해진다는 나라. 그러나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냥 가슴이 저릴 뿐입니다. 
 
오승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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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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