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실시하는 문체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직무에 나섰습니다. 유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6일 청문보고서가 채택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이에 유 장관은 같은날 첫 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습니다. 9일에는 한글날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유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맡아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3년여간 재직했습니다. 이번 임명으로 유 장관은 역대 최장수 문체부 장관이자 역대 최초 문체부 장관을 두 번 하는 기록을 쓰게 됐습니다. 유인촌 장관은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K콘텐츠는 수출 지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인 만큼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며 K-콘텐츠에 역대 최대 규모인 7900억원이 정책금융으로 지원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블랙리스트 논란 여전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8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유인촌 장관을 두고 '유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를 두고 검열, 그리고 문화계 인사 갈라치기 등에 '유능'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등의 문건으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 정부 때 블랙리스트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실제 (문건을)보거나 전달받은 일이 없다. 명단을 만들어 배제하거나 불평등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를 두고 문화계 관계자들은 "겪어본 사람들에게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만들거나 그런 행사를 휘두른 위치에 있는 이들은 블랙리스트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가해하는 사람과 가해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 장관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블랙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이미 윤석열정부에서는 '윤석열차' 이후 만화영상진흥원의 예산 감액처럼 문화예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 장관이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했던 것처럼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검열이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것이지만 이를 행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는 인지조차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예산 감액과 같이 블랙리스트가 좀 더 은밀하고 치밀해질지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예술인 vs 문화행동가
더욱이 유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에 대한 찬반 여부로 예술인들에 대한 ‘갈라치기’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는 예술인들을 두고 "문화예술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문화행동가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갈라치기 하는 듯한 의미를 가진다. 말로는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하지만 더 지능적이고 고도화된 블랙리스트 위험성이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이들을 문화행동가로 규정해 더 지능적이고 고도화된 블랙리스트로 각종 검열과 침해를 할지 모른다는 비판 여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유 장관은 '생계보조형의 관행적 지원'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곳에 확실하게 지원'이라는 문화예술 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더구나 지역간 문화 격차 타파 및 균형 발전, K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필요한 규제 개선 및 투자 활성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성공적 개최, 방한 관광객 2000만명 유치 등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반하는 인사, 현 정부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이들에게 관행적 지원이 아닌 잘할 수 있는 곳에 지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능적이고 고도화된 블랙리스트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에 본격적인 직무를 시작한 유인촌 장관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문화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유인촌 장관.(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