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관행적 무차입공매도' 첫 적발…역대급 과징금 예고

400억·160억 무차입 주문…카카오·호텔신라 등 포함
"공매도 제도 이해 못한 거 아냐, 안걸릴 거라고 생각"
"무차입 공매도 규모면 가장 큰 사례"

입력 : 2023-10-15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관행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이 최초로 적발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공매도 이슈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B 2개사가 장기간 불법 공매도를 한 것에 대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는데요. 적발한 무차입 공매도 주문은 각각 400억원, 160억원으로 카카오(035720)와 호텔신라(008770) 등이 이용됐습니다. 금감원은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습니다.
 
홍콩 소재 글로벌 IB 2개사…무차입 후 사후 차입 방식
 
금감원은 15일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시장에서 의혹이 제기됐던 글로벌 IB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 행위를 최초로 적발한 것인데요.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는 2개사로 양사 모두 홍콩 소재입니다. 이들은 9개월, 5개월 간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 이후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 등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IB는 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공매도(매도스왑) 등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매도 주체인데요. 해외 기관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공매도하고자 하면 글로벌 IB와 매도 스왑거래를 체결하고 해당 IB는 이를 헤지하기 위해 시장에 공매도 주문을 제출합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소재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035720)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습니다. A사는 다수의 내부부서를 운영하며 부서간 상호 대차로 주식을 차입, 대여하는 과정에서 대차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고 소유주식을 중복계산 했는데요. 실제 주식 수보다 과다표시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주문을 제출해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했습니다.
 
홍콩 소재 글로벌 IB A사 무차입 공매도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즉,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는 a 부서가 b 부서에게 50주를 빌려주며 각각 50주를 소유해도 해당 내역을 입력하지 않아서 잔고는 a 부서 100주, b 부서는 50주로 총 150주가 인식된 것이죠. 두 부서는 실제 100주를 가지고 있지만 매도 주문은 150주로 제출돼 50주의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합니다.
 
A사는 매매거래 익일에 결제수량 부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원인 규명이나 시정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요. 사후차입 등의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습니다.
 
홍콩 소재 B사 역시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호텔신라(008770)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습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왑계약 헤지를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할 때, 이미 차입된 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한 헤지주문(공매도 주문)을 체줄했습니다. 이후 최종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차입계약을 사후 확정하는 방식으로 내부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위법행위를 방치했습니다.
 
B사는 적발 이후 차입이 확정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수량 만큼만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운영했는데요.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B사는 시스템을 개선했고 A사에게도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 상태"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진행 상황을 체크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최대규모' 과징금 물리기로 
 
금감원은 장기간에 걸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부원장보는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 제도는 엄청나게 많은 이슈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IB가 이런 부분에 대한 수정 등이 전혀 없이 장기간 많은 종목을 가지고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주식 시장에서 이슈가 제일 많은게 공매도 제도고 천만 동학 개미들의 가장 불신을 받는 제도"라며 "그렇기 때문에 주목 되고 있는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이었고 그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문,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업무를 해주는 글로벌 IB가 국내 시장에 대한 공매도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그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안 걸릴 걸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회사와 유사한 영업을 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김 부원장보는 "일부 IB의 경우 장 개시 전 소유 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 중"이라며 "여타 IB에 대해서도 이상거래 발견 시 즉시 조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은 A사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지속적으로 수탁한 A사 계열 국내 소재 증권사에도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김 부원장보는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수탁 받으며 매일 잔고를 확인했을 때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렇게까지 한 부분은 관행적인, 고의적인 (무차입) 공매도라고 보고 있다"며 "국내 수탁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도 강화할 예정이고 이런 공매도 과정에서 수탁 증권사 문제는 지속적으로 검사를 통해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주문 규모가 큰 만큼 금감원은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규모 과징금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400억원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이 가장 큰 사례"라며 "따라서 최종적으로 선정되는 과징금 규모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원장보 역시 "현재까지 과징금 규모가 제일 컸던 회사가 38억원 정도 수준이었는데 그것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과징금 등 제재 조치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진행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수준에 대해 기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수준은 글로벌 탑 레벨로 사상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며 "지금 같은 수준이 이어지면 금융회사는 훨씬 더 조심할 것이고 이런 과징금이 효과를 내는 시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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