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어차피 유찰…영구채 불확실성 해소 관건"

해양기자협,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 개최

입력 : 2023-10-18 오후 4:07:2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HMM(011200) 인수전에 참전한 입찰적격후보 기업들의 HMM실사가 시작된 가운데 유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후보인 동원, 하림(136480), LX그룹 모두 자산규모가 HMM에 뒤처져서인데요. 내달 17일로 예정돼 있던 본입찰 서류 마감일도 24일로 늦춰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 운임 하락이 지속되면서 해운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매각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매각 이슈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HMM 매각이 흥행하려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갖고 있는 영구채의 불확실성 해소를 관건으로 진단했습니다. 
 
해운 불황에 영구채 불확실성 여전 
 
18일 한국해양기자협회가 여의도 해운회관에서 개최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한종길 성결대학교 글로벌경영기술대학 글로벌물류학부 교수(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연합회장)는 “매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며 “제 코가 석자인 산업은행은 어떻게든 재무 건전성을 맞춰야 하는 입장이지만 해운 경기 흐름을 감안할 때 과연 팔아야 할 때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HMM은 올해 들어 세계 5위 해운사 하파크로이트나 대만 컨테이너선사 양민해운 등 경쟁사에 비해 영업이익이 급격한 감소 추세에 있어 3분기 영업이익이 거의 100%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해운경기를 감안할 때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에 해당하는 후보기업 중 한 곳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6~10년간 지속가능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재무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가진 영구채는 HMM 매각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이번에 산은과 해진공은 기존에 보유한 주식(1억9879만156주ㆍ40.65%)을 매각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갖고 있는 영구채 1조원어치도 주식 2억주(신주 발행)로 전환해 함께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구채 매각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합치게 될 경우 총 3억9879만156주(57.87%)를 시장에 내놓게 되는데요. 영구채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매각가는 1조원가량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예측되는 HMM의 매각가는 최소 5조원에서 7조원입니다.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매각하기로 한 만큼 영구채 지분을 얼마를 갖고 갈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은 “정부가 명확한 지배 구조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기업이 사명감을 갖고 희생정신으로 해운업에 투자하길 바라는 건 멍청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도 “영구채를 얼마나 상환할 지 알려줘야 흔히 거론되는 현대글로비스나 포스코 등 메인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8일 한국해양기자협회가 여의도 해운회관에서 개최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사진=뉴스토마토)
 
"하파크로이트 지배구조 본보기 삼아야"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이번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대기업이 마지못해 인수에 참여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했는데요. 독일 하파크로이트의 지배구조가 본보기로 제시됐습니다. 
 
한종길 교수는 “하파크로이트 경우 2대 주주가 독일 함부르크시”라며 “민간에서 어려워질 때 함부르크시가 최대 50%까지 지분을 늘린다”고 전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지분을 내놓는 식인데요. 현재는 시의 지분이 20%정도라는 설명입니다. 이같은 지배구조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다 경기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어 “산은이 지배구조에서 빠진다면 법을 개정해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이 일정 지분을 갖게 하고 외국 선사가 협력하겠다고 할 경우 일정 부분 지분 투자를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실제 하파크로이트에도 아랍 지분이 들어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HMM이 특정기업에 인수되더라도 산은이 우호세력으로서 영구채를 견제지분으로 갖고 가야 한다”며 “인수기업이 매각 후 적어도 5년간 지속적으로 HMM에 재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매각도 중요하지만 영구채가 시장에 나올 경우 주가 희석 효과로 소액주주들이 입는 투자 손실이 47%에 육박할 것”이라며 “정부가 나몰라라 할 게 아니라 향후 매각 스케줄에 이러한 부분들이 반영돼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제공)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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