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현대로템(064350)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피지컬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자율주행 열차용 차세대 제어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철도에서 축적한 AI 기반 센서·제어 기술을 방산과 플랜트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장비 공급 중심의 기존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AI 기반 운행·관제·유지보수를 포함한 통합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현대로템의 수소전기트램. (사진=현대로템)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최근 엔비디아가 개발한 디지털 트윈·피지컬 AI 특화 칩을 활용해 차세대 열차제어시스템(TCMS)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기존 칩이 단순 그래픽 처리에 그쳤다면, 새 칩은 가상 세계와 현실 데이터를 융합해 최적의 운행 패턴을 도출하는 핵심 역할을 맡습니다. 특히 현대로템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팩토리’ 기술을 도입해 전장품 탑재 공간의 적절성을 가상공간에서 미리 확인함으로써 공정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현대로템은 이 기술을 고도화해 이르면 2031년 국내 상용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자율주행 AI 학습을 위한 실증 무대는 대전과 울산이 될 전망입니다. 현대로템은 오는 2029년부터 대전과 울산에 수소전기트램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내 실정에 맞는 AI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실제 운행되는 트램에 센서를 부착해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2029년 트램 납품 후 약 1~2년의 데이터 축적 및 안정화 기간을 거쳐 2031년경 완전한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알스톰(프랑스)이나 지멘스(독일) 같은 글로벌 경쟁사 역시 디지털 전환 과제를 안고 있어 기술 격차는 크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현대로템이 피지컬 AI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글로벌 트렌드인 ‘모달 시프트’가 있습니다. 모달 시프트란 탄소 중립을 위해 500km 미만의 단거리 이동은 항공기 대신 열차를 이용하자는 움직임입니다. 핵심 경쟁력은 ‘에너지 저감’입니다. AI가 실시간으로 선로 상황을 파악해 가감속을 조절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수주 당락을 가르는 열쇠가 된 것입니다.
실제 운용되는 차량에 상태기반유지보수(CBM) 센서를 부착해 차량의 전반적인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대시보드. (사진=현대로템)
유지보수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뀝니다. 기존에는 엔지니어가 ‘상태기반유지보수(CBM)’ 대시보드를 통해 바퀴 등의 이상 여부를 육안으로 감시해야 했지만, 피지컬 AI가 도입되면 AI가 가상공간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고장 시기와 최적의 점검 타이밍을 스스로 예측하게 됩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에너지 절감과 생산 효율성 증대는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AI 기반의 차량 제작과 운영 효율화로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가 지난 7일 발표한 ‘스마트 철도 시장 규모 및 점유율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 철도 시장은 연평균 12.7%씩 성장해, 현대로템이 상용화를 목표로 한 2031년에는 약 874억달러(약 125조85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철도 분야에서 축적한 자율주행과 에너지 최적화 기술은 ‘K3(가칭) 차세대 전차’와 무인 지상차량(UGV) 등 방산 분야로 확장될 예정입니다. 현대로템은 K3 전차에 AI 기반 상황 인식 시스템을 적용해, 스스로 지형을 분석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입니다. 나아가 철도에서 검증된 센서 융합 제어 기술을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에 이식해, 비정형 험지에서도 원격·자율 임무 수행이 가능한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