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과대학 모집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교육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대 진학을 위한 N수생 폭증과 함께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반도체 등 이공계 다른 분야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수험생 재수는 물론 기존 이공계 대학생들의 휴학·반수도 많을 듯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입을 기준으로 전국 40개 의대의 입학 정원은 총 3058명입니다. 이는 2006년 이후 동결된 숫자로 최근 정부는 필수 의료 공백 문제 등을 해소하고자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모집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현재 의대 모집 정원 결정 방식과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2000년 의약 분업을 계기로 줄였던 351명을 이번에 다시 늘리는 안부터 최대 1000명 이상 증원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대 모집 정원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 대입 양상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난해 의대 한 곳당 모집 인원이 40~142명 정도였으므로 이번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1000명에 이를 경우 의대 10여 개가 새로 생기는 셈이라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주요 대학 이공 계열 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의 수험생들이 대규모로 재수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미 이공계 학과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중 휴학과 반수 등의 방법으로 다시 수능을 치러 의대에 도전하려는 학생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금 사회적 분위기로 볼 때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N수생 증가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금도 의대 정시 모집 합격자 가운데 재수생 이상의 비율이 높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18개 주요 의대 정시 모집 합격자 중 77.5%가 N수생이었습니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모집 정원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교육계에서는 의대 진학을 위한 N수생 폭증과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 심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사진은 의대생들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심혈관조영실에서 심혈관조형실 시술 실습 참관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의대 쏠림 현상으로 다른 이공계 학과 합격 점수 내려갈 수도"
의대 정원 확대로 이공계 모든 인재가 의대에 가려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다른 분야가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도 쏟아집니다. 지난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다니다 중도 이탈한 학생은 2131명으로 전년 대비 160명 늘어났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의대나 약대 등으로 이동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날 경우 이공계 인재가 그쪽으로 쏠려 다른 학과의 합격 점수는 하락하는 등의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N수생 증가와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 등과 같은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합니다.
이 소장은 "증원되는 의대 정원을 지방대 위주로 배치하고, 지역 인재 의무 선발 비율을 대폭 늘리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이후 지역 병원에서의 의무 복무를 강화한다면 부작용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습니다.
임 대표는 "반도체 등 이공계 졸업생이 의사에 준하는 처우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원하는 학문을 공부해 졸업하면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모집 정원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교육계에서는 의대 진학을 위한 N수생 폭증과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 심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사진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