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북한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집행당한 고 오경무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오씨와 그의 여동생 오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에 대해 고문 등의 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임의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기관이 제출한 진술 등 증거는 불법 체포 및 가혹 행위에 따른 것으로 위법 증거 수집에 해당한다"며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시킬 만한 충분한 증거는 없고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피고인들에 대한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재심의 경우 재심 재판을 하는 시점인 현재의 개정된 법령에 기초해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당시 시대 상황 아래 발생…깊은 위로 전해"
재판부는 "개정법에 따르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시대 상황 아래 가족의 정에 이끌려서 가족 전부에게 가혹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 "검찰 과오 반성하고 유족에게 사과해야"
오씨의 여동생은 이날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너무나 아까운 사람인 오빠가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손 쓸 수 없었는데 이런 기회 주어지고 이런 결과가 나와서 벅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씨의 변호인은 "고인이 된 오경무씨가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없는게 현실이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본인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길 바란다"며 "현재 재심으로 무죄가 선고된 것 외에도 친인척들 많이 있는데 그분들에 대해서도 (검찰) 직권으로 재심 청구도 부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경대씨(오경무씨의 동생)는 1966년 6월 "일본에서 무역업을 가르쳐 주겠다"는 이복형의 말에 속아 배에 올라탔다 납북됐습니다. 이후 경대씨는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이복형은 다시 제주로 와 경무씨를 데려갔습니다.
동생은 먼저 재심 청구해 무죄 선고받아
북한에서 사상교육을 받고 풀려난 경무씨는 월북 사실을 스스로 중앙정보부에 알렸는데, 당시 수사관들은 이들 형제를 모두 체포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1967년 경대씨는 징역 15년을, 경무씨는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여동생 오씨도 반공법상 편의제공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재심청구서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폭행·고문 정황이 드러나 있었고, 2020년 11월 경대씨는 이 사실을 인정받아 서울중앙지법에서 먼저 진행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