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한때 학부모들 사이에서 고가의 패딩을 원하는 중·고등학생 자녀들 때문에 등골이 휜다면서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최근에는 K팝 아티스트 콘서트가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등극했습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K팝 콘서트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콘서트 가격이 급등하며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사운드 체크' 좌석 도입 기획사
하이브를 시작으로 '사운드 체크 사전 입장' 가능 좌석을 도입한 기획사는 티켓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이 좌석은 기본 20만원, 온라인 암표 거래에선 수십만원이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사운드 체크 사전 입장'은 콘서트 공연이 시작되기 전 미리 입장해 가수들 리허설 현장을 볼 수 있는 좌석입니다. 해당 시스템은 작년 방탄소년단이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인 서울' 콘서트에서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후 블랙핑크 등 다른 기획사에서도 '사운드 체크 사전입장'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SM엔터테인먼트에서도 '사운드 체크 사전 입장' 가능 좌석을 도입하면서 티켓 가격을 올렸습니다.
지난달 31일 SM엔터테인먼트는 가수 태민 콘서트에서 '사운드 체크 사전 입장' 가능 좌석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좌석 티켓 값은 19만 8000원. 이번 SM엔터테인먼트 콘서트 가격인상이 팬들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2월 장철혁 SM CFO(이사)는 SM 공식 유튜브를 통해 하이브 티켓 가격 인상을 저격했습니다. 하이브는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콘서트 티켓 가격을 VIP 기준 19만 8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장 이사는 문화공연을 다양한 팬층이 누릴 수 있도록 공연 티켓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독과점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것이 K팝 팬들이라 밝혀 팬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신 발언 이후 8개월 만에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사운드 체크 사전 입장'을 도입해 티켓 가격을 지적했던 하이브의 전철을 밟았습니다. 현재까지도 '사운드 체크 사전 입장' 및 여러 K팝 콘서트 주요 티켓은 온라인 및 모바일에서 적게는 2~3배 많게는 10배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주요 팬층 10대, 부담 커
K팝 아티스트 콘서트 주요 팬층은 10~20대입니다. 무엇보다 주 소비층이 10대란 점에서 티켓 가격 인상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막상 비싼 가격을 내고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는 상황입니다. '사운드 체크 사전 입장' 가능 좌석은 리허설을 미리 보기 때문에 공연 시간 2~4시간 전 입장을 해야 합니다. 20분 가량 진행되는 사운드체크를 관람한 후 본공연이 시작할 때까지 퇴장이 불가능하고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지난 8월 진행된 르세라핌 단독 콘서트 역시 '사운드 체크 사전 입장' 가격이 2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약 15분 가량 세 곡을 부른 뒤 팬들과 짧게 인사를 한 뒤 퇴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단 이유만으로 높은 가격과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겁니다.
가격 상승 불가피, 퀄리티 보장 필요
공연 업계는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 무대 설치, 음향 장비, 프로덕션, 마케팅, 인건비 등 다양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전반적 금액이 모두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콘서트 티켓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토로했습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공연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티켓 가격 인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현재 K팝 아티스트의 공연 문화가 과도기를 겪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이돌 시장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확장됐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콘서트 비중이 작았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상승한 티켓 가격에 맞는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콘서트를 소비하는 팬도 정당한 가격을 냈다고 느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최근 임영웅 콘서트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임영웅 콘서트는 특성상 중장년층이 많단 점에서 콘서트 좌석마다 방석을 배치하거나 공중에 360도 대형 스크린을 설치 하는 등 팬을 배려하는 편의 시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에 콘서트 가격이 비싸더라도 팬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태민 콘서트 포스터.(사진=SM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