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급 현대차 중고차, 역시 비싸네

현대차, 케이카 대비 100만~500만원 높게 형성
신차급 매입, 다양한 상품화 과정 거쳐 가격 높아
주관 개입 없는 공정한 가격 산정은 '강점'
A급 보다 '가성비' 중고차 인기…시장 확대 기회로

입력 : 2023-11-02 오후 3:43:06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가운데 중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정밀 진단과 정비를 거쳐 상품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가격도 신차급으로 비싸졌습니다.
 
2일 기준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에 올라온 코나(SX2) 가솔린 1.6터보 인스퍼레이션 최저가는 3045만원입니다. 주행거리는 5941km로 와이드 선루프, 파킹어시스트 등 총 265만원의 옵션이 적용됐습니다. 신차가는 3420만원으로 중고차 가격은 신차 대비 89%에 해당합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외관.(사진=현대차)
 
비슷한 매물을 케이카(381970)에서 찾아보면 주행거리 4580km에 285만원의 옵션이 적용된 코나의 경우 2890만원입니다. 주행거리가 좀 더 짧고 옵션이 더 적용됐음에도 현대차 인증중고차 보다 155만원 가량 저렴합니다.
 
투싼(NX4) 가솔린 1.6터보 인스퍼레이션 모델도 현대차 인증중고차는 최저 3040만원입니다. 주행거리는 1만4415km로 60만원짜리 빌트인 캠이 옵션으로 적용됐습니다. 신차 3274만원 대비 93%에 해당합니다. 케이카에서는 같은 기준에 1만6248km 주행거리를 가진 차량이 2950만원입니다.
 
제네시스 GV70 가솔린2.5터보 모델의 경우 1만3311km 주행거리를 가진 인증중고차는 5270만원입니다. 420만원 상당의 파퓰러 패키지와 빌트인 캠(70만원)이 적용됐습니다. 케이카에서는 주행거리 1만7544km, 파퓰러 패키지 적용 차량이 4550만원입니다. 빌트인캠 가격을 더해도 500만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기아 역시 EV6 어스 모델의 경우 주행거리 1만730km 인증중고차 가격이 4360만원입니다. 케이카에서는 신차가격이 더 비싼 EV6 GT라인의 경우 주행거리 8000km 차량 가격이 4290만원으로 더 저렴합니다.
 
케이카는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도 직영으로 중고차를 매입, 판매해 가격이 높은 편에 속했지만 현대차 인증중고차는 케이카 보다 더 높게 형성됐습니다. 차량 연식(5년)과 주행거리(10만km)를 제한하고 200여 항목에 걸쳐 정밀진단을 거치는 만큼 기존 중고차 업체들보다 가격대가 비쌀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은 셈입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및 케이카 중고차 판매 화면.(사진=각사 앱)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차량 가격 방어를 위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만큼 판매 가격도 높지만 반대로 매입 가격도 타사 대비 높게 책정하고 있다"며 "되팔 때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사람의 주관적 개입 없이 자체 개발한 가격산정 엔진과 전문인력이 확인한 차량상태 정보만으로 매입가격을 산출해 공정한 가격 산정 시스템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현대차의 중고차 매입 기준에 맞는 차량의 경우 우선적으로 현대차에 매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인데요. 이에 타 업체에서는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 차량에 한해 A급 매물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이같은 A급 매물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타 업체가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케이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와 출시 10년이 지나 구매가가 낮아진 '가성비' 모델이 판매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현대차, 기아가 팔지 않는 모델입니다.
 
케이카 베스트셀링카 톱5는 그랜저IG, 올 뉴 모닝, 그랜저HG, 아반떼AD, 스파크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랜저IG는 2000만원 안팎, 그랜저HG는 1000만원 안팎이라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가격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진출로)중고차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지금의 규모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케이카 입장에서는 현대차가 들어와서 위축될 것을 우려하지만 도리어 이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앞으로 미국이나 독일처럼 중고차 시장이 신차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중고차에 대한 적정한 가치를 보장해주고 신차 판매까지 연결되는 등 중고차 판매 방식이 다양해져 질 좋은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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