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교육발전특구…"과거 회귀"

교육부, 2일 '교육발전특구 추진 계획 시안' 발표…'교육자유특구'와 같은 내용
교육계에서는 자사고·외고와 같은 학교 늘어나 학교 서열화·황폐화 우려

입력 : 2023-11-02 오후 5:13:23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지역 내 학교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발전특구'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그러나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교육자유특구'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예상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없이 똑같은 내용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발전특구'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명박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서 추진했던 '고교 다양화 300' 정책의 연장선으로 과거와 같이 학교 서열화·양극화 문제만 심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자체·지역 교육청 상향식 제안하면 중앙 정부 통합 지원
 
교육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2일 대전 호텔 아이시시(ICC)에서 공청회를 열고 '교육발전특구 추진 계획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발전특구'는 지방자치단체·지역 교육청·지역 대학·지역 기업·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 발전의 큰 틀에서 교육 혁신과 지역 인재 양성 및 정주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제입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교육청이 유아·돌봄 단계부터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연계·지원할 수 있는 지역 교육 맞춤 전략과 지역 여건에 적합한 특구 운영 모델을 마련해 중앙 정부에 상향식으로 제안하는 겁니다.
 
중앙 정부는 지역 발전을 위한 교육·정주 여건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고자 기회발전특구·도심융합특구·문화특구 등 다른 '지방시대 4대 특구'와 '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RISE), '교육국제화특구' 등 주요 교육 개혁 과제와 연계할 계획입니다. '교육발전특구'의 신청 단위는 기초지자체장과 교육감이 공동으로 신청하는 1유형, 광역지자체장과 교육감이 공동 신청하는 2·3유형으로 구분됩니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에 12월 시범 지역 공모를 시작해 2024년부터 3년간 시범 운영을 실시합니다. 시범 운영 지역 지정 규모는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공모 심사 과정에서 유형별 특구 신청 현황과 추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단계적으로 결정할 예정입니다. 시범 운영 지역으로 지정되면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 등의 재원을 투입해 특구당 30억~100억원 내외의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발전특구 추진 계획 시안'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일반 학교 황폐화시켰던 과거 정책과 같은 결과 불러올 수도"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되면 초·중·고교의 경우 각종 규제를 완화해 교과과정과 학생 및 교원 선발 등에 대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만큼 기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나 외국어고(외고)와 같은 학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각종 규제 완화로 특혜를 받아 경쟁력을 가지는 학교가 많아지면 그 외 일반고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학교 서열화와 양극화 현상만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존재합니다.
 
이 부총리가 과거 이명박정부 시기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추진했던 '고교 다양화 300' 정책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시 '고교 다양화 300' 정책으로 영재고·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이 생기면서 학교 서열화 문제를 촉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제대로 된 정부라면 누구나 동등한 조건으로 배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인데 현 정부는 학교의 자율성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학교 서열화 현상만 만들고 있다"며 "과거 '고교 다양화 300' 정책 때 자사고·외고 등을 육성했지만 일반고·공교육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그 정책을 또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현재 다양한 특구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특구 안에 있는 학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부총리가 과거 자사고·외고 등을 많이 만들어 지금 일반 학교가 황폐화되지 않았나. '교육발전특구'도 같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발전특구'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명박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서 추진했던 '고교 다양화 300' 정책으로 자사고·외고 등을 육성했을 때와 같이 학교 서열화 등의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외고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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