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트래픽이 지속해 증가하고 있지만, 망이용료 논의는 지지부진합니다. 올해 초 한국과 유럽연합(EU)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연내 CP들의 망이용에 대한 대가 분담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초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CP 진영 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우리 정부도 통상문제 등을 고려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국회도 법제화 동력을 잃은 모습입니다.
데이터 트래픽은 글로벌 CP들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무선데이터 트래픽 중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28.6%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넷플릭스(5.5%), 메타(4.3%) 등까지 더하면 국내 트래픽의 40% 비중을 차지합니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샌드바인에 따르면 2022년 구글, 넷플릭스 등을 비롯한 주요 빅테크 6곳이 유발한 트래픽 비중은 전체의 64%에 이릅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CP 앱. (사진=뉴시스)
EC는 모두가 원활한 디지털 환경·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월 연결성에 관한 정책을 제시했었는데요. 5월까지는 기술과 시장의 발전, 소비자를 위한 공정성, 단일시장에 있어 장벽요소, 디지털 생태계 참여자의 공정기여 부분 등에 대해 기업·협회·비정부기구·연기기관·소비자단체·노동조합·정부기관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ISP측은 5% 정도 트래픽을 발생하는 CP에 대해 시장규제보다는 분쟁 시 규제기관의 개입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CP측은 직접적인 비용 지불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특히 EC는 기금 운용으로 CP들도 망투자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었지만, 이는 CP측뿐 아니라 ISP도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광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원은 'EU의 네트워크 투자 공정기여 관련 공개의견수렴 결과'
보고서를 통해 "망투자비 공정기여와 관련해 여전히 이해관계자 사이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합의점을 찾는 것은 어려울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짚었습니다.
일각에선 오는 2025년 정도에나 법안 초안이 마련될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내년 EU 집행위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 방안은 차기위원회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지형
SK텔레콤(017670) 부사장이 "망이용 대가는 트래픽 규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게 회사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듯 ISP는 CP도 망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대표 CP인 구글은 한국에서 망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9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손을 잡으며 법적 공방이 일단락되면서, 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입법에 속도를 내려던 국회도 동력을 잃었습니다.
국회는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연내 망이용료에 대한 정부측 입장 발표를 요청한 상황입니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도 국회도 원론적인 입장을 내는 데 그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망이용료를 개별 기업이 나서 문제를 끌고 왔지만, 디지털 대전환 차원에서 망이용의 공정성에 대해 국회와 정부가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