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자급화는 경쟁 관계인 한국 기업에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6일 발표한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지난달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확대·보완하는 새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대외연은 이번 조치가 기존 수출통제를 우회하려던 중국의 시도를 차단하려는 것이 핵심 목적이라고 봤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조치 내용을 보면 새로운 반도체 제조장비들이 통제 대상에 추가됐으며 적용 대상 국가도 확대됐습니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식각' 장비를 비롯해 실리콘게르마늄, 미세공정 핵심인 노광장비 등도 통제 대상 품목에 포함됐습니다. 또 이번 확대조치에서는 저성능 반도체 여러 개를 묶어 고성능 반도체를 대신하는 방식으로 수출통제를 우회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확대함에 따라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2023'에서 웨이퍼를 보는 관람객. (사진=뉴시스)
통제 대상 반도체가 늘어나면서 중국 AI산업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게 대외연 측의 설명입니다.
대외연 관계자는 "수출통제 대상인 'AI반도체'가 거대한 데이터센터에서 기계학습을 통한 AI 모형 훈련을 위해 쓰인다는 점과 중국의 AI 산업에서 기계 학습 분야가 54%를 차지하는 것을 보아 이번 조치는 중국의 새로운 AI 모형 개발을 위한 동력 상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중국은 이번 조치로 반도체 제조 장비 자급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봤습니다. 중국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약점인 '제조장비 경쟁력 향상'을 위해 약 400억달러 규모의 3기 빅펀드를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재지정하고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수출 통제를 무기한 유예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VEU를 통한 예외 인정은 기본적으로 미국 BIS의 기존 수출통제 조치에 국한돼 있습니다. 이외의 EUV노광장비 등 핵심 장비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는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자급화는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대외연 측은 “중국 반도체 제조장비의 부상은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네덜란드·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에 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의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실질 성능을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통제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고성능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확대함에 따라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2023'에서 웨이퍼를 보는 관람객.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