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옥색의 목소리로부터 번지는 프레디 머큐리의 현대적 잔영, 엘튼 존의 '로켓맨', 데이비드 보위 '스페이스 오디티', 서태지의 'Take One'…. 우주 동경을 고이 접은 음악 편지를 읽어가는 것은 숱한 음악인들이 거쳐온 길이기에.
"우주는 상상력을 무한대로 자극하는 소재잖아요. 저 역시 실제로 우주비행사, '로켓맨(엘튼존 대표곡)'을 꿈꿨거든요."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라이더가 발표한 가장 최근작 'There's Nothing But Space, Man!'(2022)은 우주 속 공명하는 은하 세계처럼 반짝입니다.
첫 곡 'Deep Blue Doubt'부터 피아노 타건에 얹혀지는 드라마틱한 보컬 성음은 그야말로 머큐리의 재림. 글램 팝 장르에 기반을 둔 사운드스케이프는 유연하게 축소·확장하며 희망과 믿음 같은 삶의 성찰적 가사들로 뻗어갑니다.
9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난 샘 라이더는 "음악은 귀에 쏙 꽂히는 멜로디와 이를 드라마틱하게 펼쳐내는 악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젊은 시절 헤비메탈 밴드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웃었습니다.
2009년부터 샘 라이더는 메탈 밴드 '더 모닝 애프터', '블레스드 바이 어 브로큰 하트'로 음악 활동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금의 드라마틱한 음악 세계를 펼쳐내는 밑거름이 됐다고.
9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난 샘 라이더. 사진=Jack Robinson
"헤비메탈은 멜로디가 중요한 음악이잖아요. 아이언메이드 같은 밴드를 동경했어요. 베이스와 기타에서 터져나오는 멜로디, 사운드로 꽉 차 있는 음악들은 지금도 제게 큰 영감을 줍니다. 메탈의 이러한 DNA는 맥스 마틴으로 대표되는 모던 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헤비메탈은 모든 음악 장르의 근본인 셈이죠."
2016년부터 솔로로 전향했습니다. 2020년 더 위켄드, 브루노 마스, 아델 같은 부르기 힘든 곡들을 커버해 틱톡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고, 저스틴 비버나 시아 등 팝스타들까지도 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발표한 곡 'Tiny Riot'는 극적인 음의 전개 덕에 한국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태평양 인근까지 와야 닿을 수 있는 한국은 제게 너무나도 특별한 국가입니다. 영화 '기생충'부터 BTS(방탄소년단)까지, 너무나도 이색적이고 신비로워요."
찰랑거리는 노란 머리, 엘프 같은 초록 눈을 가진 덕에 '노래하는 바이킹'이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내게 만약 바이킹 DNA가 있다면, 신나는 포크 리듬이 들어간 음악들도 해보고 싶다"며 웃었습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퀸과 데비이브 보위, 엘튼 존 같은 음악은 교과서일 것"이라는 그는 "현대적으로는 콜드플레이가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스타디움 공연에 최적화된 드라마틱한 선율들을 제 음악에도 잘 녹여내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9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난 샘 라이더. 사진=Jack Robinson
"앨범을 쓰고 난 뒤 다시 들어보며 그 기저에는 희망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31살이라는 조금 늦은 나이에 제 음악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까지, 저는 탄성과 회복력, 끈기에 대해 줄곧 생각했습니다. 존재하는 한 버텨내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내내 주먹 맞부딪치기를 즐기는 호방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력이 없는 우주선에서 둥둥 떠다니며 노래에 도전하는 우주인 크리스 하즈필드가 계속 해서 겹쳐지더군요.
한국에서 출발하는 첫 우주여행은 곧 시작됩니다. 오는 10일 저녁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LOVE IN SEOUL 2023(프라이빗 커브 주최)' 차원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제 노래에 공감해주신 한국 팬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완벽한 피치나 기술적 부분에 집중하기 보다는 감정에 집중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전설의 공연장이나 스튜디오에서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은 꿈을 차차 이뤄갈 겁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