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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0일 18:0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식품업계 원가 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팔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 될 경우 국제유가는 물론 국제 곡물가 등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가운데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식품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 등을 통해 고부가 가치 창출에 나서거나 제품 출시 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격 저항성을 높이면서 소비자의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과 함께 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국제 곡물가격이 올해 하반기 들어 우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식품업계 수익성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환율 기조와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따른 원가상승분의 판가 반영 지연 등에 따라 수익성 회복이 제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지난달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촉발된 이·팔 전쟁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은 물론 이로 인한 여파가 국제곡물가에도 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어 업계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 5.29% 기록…3년간 하락세 지속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최근 3년간 지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29%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이던 2019년 영업이익률 5.91% 대비로도 약 0.62%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매출액은 판가 인상 등의 효과로 2019년 103억원에서 지난해 176억원으로 70.87%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약 50% 증가하는데 그쳐 전체적인 수익성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수익성 역시 비슷한 형국이다. 식품업계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EBIT)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CJ제일제당(097950)의 영업이익률은 4.2%로, 지난해 동기(6.5%) 대비 약 2.3%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대상(001680)은 4.5%에서 2.9%로 약 1.6%포인트,
샘표식품(248170)은 5.4%에서 2.5%로 절반가량 줄었다. 식품업계 이익률 1위를 달리던
오리온(271560) 역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15.3%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15.5%)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초래된 글로벌 원·부자재 가격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중 CJ제일제당과 대상 등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 외에도 바이오 등 소재사업 업황 악화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수익성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주요 식품기업에 상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부터 치킨업계는 물론 가공식품 제조 기업 및 닭고기·돼지고기 수입 기업 등에 물가안정에 협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달 9일에도 농식품부는 커피업계에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업계 내 불만도 깊어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슬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가 곡창지대가 아니다 보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당시보다는 긴장감은 낮은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정부의 가격 인상 제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인데 물류비까지 상승할 경우엔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여전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업계 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지정학적 이슈 장기화로 인해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지속된다면 일부 업체에서는 판매가 인상을 검토하는 상황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전쟁으로 확전 시 유가상승 불가피…'이중고' 우려
최근 전쟁이 발발한 이스라엘 지역이 곡물이나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러·우크라이나 사태 당시보다 식품업계 내 긴장감은 낮은 상황이다. 다만, 향후 전쟁이 전 세계 석유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유가상승으로 인한 이중고도 우려된다.
실제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선물은 지난달 9일 배럴당 86.35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전날보다 약 4.3% 상승한 가격이다. 이후 점진적으로 완화 추세를 보이다가 이스라엘이 지상 작전을 강화한 27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2.8% 급등한 배럴당 85.54달러로 거래됐다.
기습 공격 이후 한 달째 전쟁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를 전진 배치한 가운데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가자지구 민간인을 상대로 한 전쟁 강도가 높아진 탓에 확전이 불가피해졌다"라고 말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란이 전쟁에 참전하면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유가 상승 시에는 옥수수 등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곡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 곡물가격 상승 뿐만 아니라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 등 이중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식품업계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가자지구 내에서 전쟁이 심화하다 종료되는 경우는 양국이 원유 생산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유가는 최소 3달러 이상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역시 아직은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지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중동 지역으로 확전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할 경우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최근 국제 유가 상승폭도 작아지고 있는 데다 옥수수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수요 역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