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거부를 예고하면서 노조와 정부 사이에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지만, 법안을 둘러싸고 노동계에서는 적극 환영하는 반면 정부와 기업들은 기업 경영이 위축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노란봉투법'이 재석 174명 중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 상정에 반발해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민주당 내에서 이원욱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9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법안으로 당시 쌍용차 파업으로 노동자가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이를 막자는 취지에서 입법이 추진됐습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조속한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법안 통과를 두고 반응은 갈리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적극 환영의 입장을 내비친 반면 정부와 경영계는 단독 처리를 강행한 야당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불러올 부작용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진짜 사장이 교섭합으로써 불필요한 쟁의 행위와 노사 갈등도 줄어들고 무분별한 손배 가압류의 고통을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총은 "현행 노조법은 그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노동 3권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쓰여왔다"며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했습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장들은 이날 노란봉투법의 최대 피해자는 중소기업 근로자 등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제단체는 "개정 노조법은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리는 악법으로, 가장 큰 피해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후 법안들은 자동폐기됐습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에서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와 노조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부는 그간 '노사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도 노조 관행에대해서는 개혁의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도 윤 정부에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 총선 심판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민주노총은 이미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내걸고 대정부 강경투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노조와 정부의 강대강 양상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원청과의 교섭 등을 요구하면서 작년 6월2일부터 31일 동안 철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가뒀습니다. 같은해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트지회 지회장은 부당노동행위 개선을 요구하며 51일 단식을 벌였습니다. 전국택배 노동조합, 배달플랫폼 노조도 단식 노동 운동을 벌였습니다. 올해는 민주노총이 지난 7월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 운동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의를 외면한 채 자본과 결탁해 대통령 권력으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