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데이브'·'프라시아 전기'로 IP 뿌리 든든

라이브 서비스 경험 살려 데이브 관리
프라시아 전기, 뻔하지 않은 MMORPG로

입력 : 2023-11-18 오전 9:47:5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잘 만든 IP 하나가 열 신작 안 부러운 시대입니다. 넥슨은 올해 패키지와 온라인 게임으로 IP(지식재산권) 나무의 뿌리를 늘렸는데요. 참신한 기획과 지속적인 소통을 양분 삼아 울창한 IP 숲을 만드는 데 힘쓴 결과입니다.
 
넥슨은 "게임의 재미라는 최우선 가치에 입각해 신규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연구했다"며 "올해 '데이브 더 다이버'와 '프라시아 전기'를 통해 게임 시장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자부했습니다. 넥슨의 차세대 핵심 IP로 떠오른 두 작품의 성과와 계획을 내다보겠습니다.
 
닌텐도 스위치판 ‘데이브 더 다이버’ 광고 화면. (사진=넥슨)
 
온라인 강자의 패키지 게임 '월척'
 
올해 넥슨 최고 화제작은 자사 최초 싱글 패키지 게임인 데이브 더 다이버입니다.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이 작품은 9월 기준 세계 판매량 200만장을 넘겼습니다. 이는 국내 최초·최고 판매 기록이기도 합니다. 매년 신작이 10만 개 넘게 쏟아지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요. 최대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은 이 작품에 대해 '반드시 해야 할 게임(Must play)'이라는 훈장을 달아줬습니다.
 
넥슨은 이 작품이 전 세계에서 흥행한 이유 중 하나로 장르의 특성을 꼽습니다. 단순 해양 어드벤처가 아니라, 낮에는 물고기 잡고 밤에는 초밥집 운영하는 재미를 도입해 독특한 게임성을 완성했지요. 게이머가 데이브 입장에 몰입해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수많은 시간을 들여 양식장과 식당 등을 관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초밥 맛 평가 하려는 미식가를 맛있는 식사로 이겨내야 하고, 소셜 미디어도 보며 식당 평판을 관리해야 합니다. 시시각각 지형이 변하는 바다 '블루홀'의 신비를 파헤치러 어인족을 찾아 심해 탐험도 해야 하죠. 데이브는 이렇게 '2D 도트 그래픽 게임은 가볍다'는 선입견을 풍부한 게임성으로 깨버립니다.
 
배불뚝이 털보 데이브의 외모도 친근감을 높이는 데 한 몫 합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에 이어지는 컷신(이야기 흐름을 이해시키는 단편 영상)으로 몰입도를 높이는데요. 해양을 탐험하던 중 불법 고래 사냥 현장을 발견한다거나, 데이브를 공격하느라 바다 환경을 파괴하는 환경보호 활동가의 등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 초밥집 주인 반쵸가 진지한 표정으로 칼을 갈고 벚꽃잎을 가를 때, 수족관에서 이를 지켜본 물고기가 공포에 질린 모습이 배꼽을 잡게 합니다. 무기상 더프가 오타쿠 특유의 말투와 행동으로 무기를 개발하는 모습도 왁자지껄한 세계관을 즐기게 하는 요소입니다.
 
닌텐도 스위치판 데이브 더 다이버 광고 화면. (사진=넥슨)
 
넥슨은 이 같은 등장인물의 매력이 다른 게임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락인(Lock-in) 효과를 낸다고 분석합니다.
 
넥슨은 "'더프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성격의 콘텐츠가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반쵸 스시를 운영하는 부분만 단독 게임으로 즐기고 싶다' 등 세계관 확장에 대한 게이머들 요청이 뜨겁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온라인 라이브 게임 서비스 비법을 패키지 게임에 적용한 점도 경쟁력을 높인 원인이라고 합니다. 넥슨은 "스팀에서 유료 판매되는 해외 패키지 게임들 중 업데이트는 물론 핫픽스 성격의 패치도 오랜 시간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브는 정식 출시 후 크고 작은 패치를 꾸준히 진행했고, 최근에는 스토리 미션과 더불어 다양한 기능들이 보강된 첫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데이브의 패치나 업데이트 이후엔 게이머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업데이트를 해줘서 고맙다', '개발진 수고했다, 잘했다'는 영미권 게이머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잠수부 데이브의 모험은 플랫폼 확장으로 계속됩니다. 지난달 26일 데이브는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됐는데요. 최적화 뿐 아니라 조이콘(화면 양쪽 입력 버튼) 진동으로 사냥의 손맛과 미니게임의 감칠맛을 키웠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만든 황재호 디렉터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반전과 대조의 매력을 게임 곳곳에 심어 신선한 재미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데이브만이 지닌 게임성과 독특한 개성을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도 전달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라시아 전기’ 신규 서버 포스터. (사진=넥슨)
 
프라시아 전기, MMORPG 차별화 노력
 
아무리 큰 날개라도 한쪽만으로는 날 수 없습니다. 3월 말 출시된 MMORPG 프라시아 전기는 제작진이 "경험해 본 적 없는 MMORPG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힐 정도로 넥슨의 기대주였습니다. 화려한 예고편 대신 실제 게임 영상을 자세히 보여주는 전략을 펴기도 했죠. 넥슨은 "게임의 핵심을 숨기지 않고, 가감 없는 평가를 받겠다는 절연한 의지는 MMORPG 게이머를 관통시켰다"고 회상했습니다.
 
현재 범람하는 리니지 라이크로 MMORPG는 레드 오션입니다. 하지만 넥슨은 MMORPG를 좋아하는 게이머가 단지 장르 때문에 아무 게임이나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키우고 대규모 전쟁을 벌이는 정형화된 플롯이 아닌, 프라시아 전기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다듬었다고 하는데요. 넥슨은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해 플레이하는 RPG 장르 특성상, 창의적인 내러티브 전개를 도입해 게임의 몰입도를 높였다"며 "엘프와 인간의 전쟁 구도에서 엘프를 악으로 설정했으며, '파벌' 콘텐츠를 도입해 다양한 스토리 전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넥슨은 게임 콘텐츠에도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거점'이라는 영역을 설정해 MMORPG 핵심 콘텐츠인 '성'의 주인이 누구나 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게임(SLG)의 특징을 도입해 '결사의 터'를 직접 경영하고 번영시키는 유인을 제공했습니다. 더 강력한 결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동기부여 형성을 노린겁니다. 
 
또 광활한 심리스 월드(지역 간 끊김 없이 이어지는 세상) 특징을 살려 인스턴스 던전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은 야외 던전과 달리 제한된 인원만 들어가는 던전입니다. 넥슨은 이를 통해 많은 게이머와 조우하며 자기 세력을 과시하는 재미를 강화했다고 자평합니다.
 
이에 대해 넥슨은 "캐릭터 성장과 장비 강화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도록 '검은칼'이란 웨이브 던전 콘텐츠를 선보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고 했습니다.
 
게이머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기능은 '어시스트 모드'입니다. 이는 단순히 사냥을 지속하는 기능이 아닙니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캐릭터의 상황과 자동정비, 지정 사냥터 설정, 추종자 파견 등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는 고도화된 기능으로 부담 없이 게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넥슨은 "1분 1초가 허투루 쓰이지 않는 장르 특성상, 어시스트 모드는 MMORPG 게이머에게 '워(WAR)라벨'을 선사했다"고 자평했습니다.
 
‘프라시아 전기’ 크론 지역 업데이트 포스터. (사진=넥슨)
 
출시 200일이 지난 '프라시아 전기'는 아직 뜨겁습니다. 넥슨은 "지금까지 충성도 높은 게이머의 재방문율 지표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결사 간 커뮤니티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른 서버의 게이머와 만나 결투를 벌일 수 있는 '시간틈바귀' 등 콘텐츠 확장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넥슨은 지난 25일 실시한 대규모 업데이트에서는 신규 지역 '크론'을 선보이고, 얼음으로 뒤덮인 땅의 '백야성' 요새와 3종의 주둔지를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27일에는 세 번째 신규 월드 '벤아트'를 열었는데, 새 서버로 들어가는 게이머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서버 하나를 더 열었다고 합니다.
 
이익제 디렉터는 "앞으로도 '프라시아 전기'만의 독창성을 유지하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게임 내에서 게이머의 다양한 이야기가 쌓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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