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늪’ 빠진 K드라마 시장

입력 : 2023-11-20 오후 12:15:25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인기 이후 K드라마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K드라마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이에 대한 수혜가 국내 드라마 업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결국 글로벌 OTT에 의존한 K드라마의 명확한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더구나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은 글로벌 OTT를 통해 공개된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국내 OTT를 통해 공개된 작품의 경우 글로벌 OTT에서 공개된 작품만큼의 파급력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IP(지식재산권)가 글로벌 OTT로 넘어가면서 정작 국내 드라마 제작사는 작품이 성공해도 수혜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9일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가 한국방송학보에 낸 논문 '드라마 시장의 오징어 게임-글로벌 OTT 생태계로 인한 인센티브 발생 체계의 변화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이 이미 글로벌 OTT에 종속됐다고 밝혔습니다. 노 교수는 "방송산업 플레이어들이 상승한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핸디캡 과잉 경쟁을 감수하는 생존 경쟁에 함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글로벌OTT는 제작비 전액을 부담하는 제작 시스템입니다. 제작비 중 지원하는 비율을 '리쿱 비율'이라고 합니다. OTT 제작은 리쿱 비율이 110%를 넘습니다. 결국 글로벌 OTT의 경우 제작비에 웃도는 돈을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만들기만 하면 흥행과 상관없이 손해를 보지 않고 수익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오히려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의 새로운 제작 표준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글로벌OTT의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드라마 시장의 활성화라는 측면보다는 드라마 제작 경쟁에서 편성 사업자가 탈락하고 제작 경쟁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드라마 한 회당 적정한 제작비는 6~8억원 정도로 계산이 되고 있습니다. 질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방송사업자, 국내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회당 10~15억을 쓰더라도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25억 이상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여기에 작가료 7억원, 주인공 1인 출연료로 10억원 이상을 투자합니다.
 
이러한 거대 자본의 등장으로 인해 내수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드라마 제작 비용이 상승하게 됐습니다. 단일가격구조로 가동되는 요소 비용의 상승 폭이 커지면서 드라마 제작 경쟁에서 국내 편성사업자가 이탈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대만이 과거 로맨스 드라마 강국이었다. 아시아에서 로맨스 드라마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였지만 중국 자본에 먹히면서 대만 로맨스 드라마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만 드라마 제작 시장이 중국 드라마 하청 기지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국내 편성사업자가 모두 이탈하게 되면 글로벌 OTT의 독점 구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더욱이 글로벌OTT가 광고 기반 주문형 비디오(AVOD)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편성 사업자는 광고 수주에서도 밀리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노 교수는 내수 시장의 함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편성사업자가 성격을 변화하고 빠르게 자기 조직화를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에서도 글로벌 OTT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OTT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내에서 글로벌 OTT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글로벌 OTT가 난입한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러닝 개런티(수익 비례 배당금) 계약 방식 등이 포함된 새로운 매커니즘 확보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이를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국내 드라마 제작사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넷플릭스 로고.(사진=넷플릭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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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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