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압박에…가성비·PB 상품 찾는 소비자들

가성비·PB 상품 선호 현상 짙어져
인플레 압박, 가처분소득 감소가 주 요인
불황형 소비 패턴 고착화 관측도 제기

입력 : 2023-11-21 오후 3:11:39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거나 주요 오프라인 채널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업체들은 저렴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품질을 갖춘 상품 출시를 늘려 최대한 소비자를 확보해나간다는 방침인데요.
 
업계는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불황형 소비 패턴 자체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가 이달 14일 출시한 노브랜드 버거 '짜장버거'는 이후 6일간 무려 5만개가 판매됐습니다.
 
이는 짜장버거의 가격이 단품 2900원, 세트 4900원으로 저렴하게 책정된 것이 주효했는데요. 타 브랜드의 웬만한 햄버거 세트는 물론, 짜장면이 한 그릇 당 7000원을 넘어서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입니다.
 
업체 측은 직접 개발한 짜장 소스에 일반 버거 대비 20%가량 두툼한 고기 패티가 들어가다 보니, 가성비 높은 식품을 찾는 수요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형마트 업계의 PB 상품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 11월 첫 선을 보인 PB 브랜드 '홈플러스 시그니처'의 올해 매출은 2019년 대비 약 2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주요 PB 상품인 '이춘삼 짜장라면(4입)'과 '이해봉 짬뽕라면(4입)'은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는데요. 1봉 당 가격이 500원인 이춘삼 짜장라면은 홈플러스 전체 라면 카테고리에서 7개월간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해봉 짬뽕라면 역시 1봉에 600원 남짓한 가격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 속에 가성비 높은 PB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어려운 사정을 덜기 위해, PB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천원경영'으로 유명한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도 가성비를 찾는 수요층으로 붐비며 올해 연 매출 3조원을 기록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1% 상승한 2조9457억원, 영업이익은 15.7% 감소한 2393억원을 나타낸 바 있는데요. 비상장사인 만큼 올해 실적이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다이소는 올해 뷰티 영역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사실상 매출이 사상 최초로 3조원 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장 자체가 가성비를 추구하는 콘셉트가 강하다 보니,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수요층을 대거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지는 반면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불황형 소비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 가성비가 뛰어난 상품들은 이 같은 소비 전략을 충족시키기에 매우 알맞다. 앞으로도 경기 불황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흐름 역시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 '짜장버거'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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