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아이오와주 더뷰크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내년 11월 5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앞서면서 '트럼프의 귀환'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트럼프 2.0'이 출범할 경우 미국의 정책 변화가 예고되는데, 지난 8월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 결정체인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유지될 것인지 주목됩니다.
스윙 스테이트의 선택 '트럼프 2.0'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미국 에머슨대가 발표한 6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5개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앞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에서만 유일하게 승리했습니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538명으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는 쪽이 승리하는데요. 공화·민주 지지가 고정돼 있는 대다수 다른 주들과 달리, 선거때마다 지지 당이 달라지는 6개 경합주의 선거결과가 전체 결과를 판가름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CBS뉴스·CNN·폭스뉴스·마켓대 로스쿨·퀴니피액대 등 주요 5개 기관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2~4%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습니다.
지난 80년간 미국 대선을 1년 가량 앞둔 시점에 역대 현직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평균 10%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결과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의 '영원한 동맹' 영국의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행정부의 재출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다'라는 제목의 표지를 공개했습니다.
'MATA' 트럼프가 야기할 변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는'미국을 더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입니다. 보통 '마가'라고 부르는데, '신고립주의'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징합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는 집권 당시 추진한 정책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지난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이 요구하는 만큼 충분한 방위비를 지출하지 않고 있다며 독일 주둔 미군 병력을 2만5000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독일을 방어하고 있지만 독일은 수년간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은 방침을 밝혔는데, 독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 중심 노선'인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우방국에 대한 비용부담을 꺼려합니다. 그는 지난 9월 NBC 방송에서 "중국이 침공할 경우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답을 말하면 거저 주는 것이고, 바보들만 거저 준다"고 답했습니다.
대만 문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하면 24시간 안에 전쟁이 끝나도록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집권, 동맹 약화 의미"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의 '지속성'에도 변화가 예고됩니다.
지난 13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한미 국방 장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확장억제와 관련한 미국의 한반도 방위 공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양국의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제도화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나온 바 있습니다. 트럼프 집권에 따른 정책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나온 질문입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안보협력을 준군사동맹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집권으로 한미 동맹 공조 체제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저명한 국제 정치학자인 대니얼 드레즈너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지난 9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은 러시아엔 서방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중국에는 한국·일본 등 미국 동맹의 약화를 각각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주한미군 주둔비용인 방위비 분담금을 약 5배 늘릴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던 것 역시 전직 고위 관리들의 회고록에 나타나 있습니다. 결국 ‘방위 분담’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현재 수준으로 지속해나갈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도 거론되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